지역대학 신입생 확보 눈치싸움
수시모집 경쟁률선 선방했지만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엔 한숨
배재대 학제·학과 개편 등 예고

찌는 듯한 더위는 물러갔지만 교육현장의 열기는 이제서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202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입시 레이스의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대학가에선 신입생 확보를 위한 눈치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2020학년도 입시 전쟁이 개막했다. 그 시발점인 수시모집 원서접수에서 대전지역 4년제 주요대학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가 짙다.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한 대전대(4.96대 1)를 제외하고 국립대인 충남대(9.32대 1)와 한밭대(6.61대 1), 사립대인 목원대(4.94대 1), 배재대(5.73대 1), 우송대(8.71대 1), 한남대(4.81대 1) 등 수시 경쟁률이 높은 수준까진 아니지만 소폭이나마 상승 곡선을 타면서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 속 나름 선방한 까닭이다.

그러나 대학들의 시선은 수시 경쟁률보다 충원율 제고에 쏠리고 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학년도를 기준으로 충남대와 한밭대는 각각 99.9%, 99.8%의 신입생 충원율을 보였고 사립대의 경우 대전대 99.4%, 목원대 100%, 배재대 99.4%, 우송대 99.9%, 한남대 99.9% 등 대전지역 주요 4년제 대학의 성과는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은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통계상 현재 대입정원(49만 명)이 그대로 유지되면 오는 2024년엔 대입 자원은 정원보다 12만여 명 줄어들게 되는데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자 마련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에서 진단지표 중 75점 만점에 10점이던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배점이 100점 만점 중 20점으로 상향 조정된 탓이다. 수도권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큰 지방대에서 자연스럽게 수시모집을 통한 신입생 확보 총력전이 전개되고 있는 이유다.

대전 A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 평가의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면 결과에 따라선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더라도 충원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재정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시보다 수시를 통한 신입생 선발이 절대적인 지방대 입장에선 수시 충원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특히 대전지역 대학 중 배재대에선 수시 등록률에 따른 강력한 학제·학과 개편까지 예고되면서 구성원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교내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제2차 학사혁신회의에서 “경쟁률 상승을 등록률로 연결시키려면 단순한 학과명 변경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 전면 개편, 체계적 취업 지원이 연계해야 한다”는 입학학생처의 의견이 나온 직후 김선재 총장이 올해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학제·학과 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입시 결과에 대학의 명운이 걸렸다”며 “경쟁률이 높더라도 등록률이 감소하면 대학 운영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전 구성원이 등록률 제고에 힘쓰고 대학본부도 발 벗고 나서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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