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탈 시설화’ 위한 첫 걸음
“입원 기간만으로 병동 나누면 곤란”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강력 범죄 등으로 정신의료기관의 치료 방향에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병원 내 급성기 환자와 만성기 환자 병동 구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적절한 단계에 맞춰 케어하고 ‘탈(脫) 시설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첫 걸음이란 이유에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충남 천안병)은 정신의료기관에서 급성기, 회복기, 장기요양 등 세 가지로 병상을 세분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도 일반 병원처럼 병상 세분화로 환자를 집중적으로 케어해 빠른 시일 내에 지역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게끔 ‘탈 시설화’를 달성할 수 있다.

그동안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저수가 정책으로 급성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수익을 위해 만성 환자를 장기 입원시켜왔다. 이러한 상황은 환자의 탈 시설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면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들었다. 특히 영세한 지역의료기관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전 소재 정신의료기관에 근무하는 A 씨는 “현재 지역 소재 정신병동에서는 따로 구분 없이 급성 환자와 만성 환자가 혼재된 병동에서 같은 비용, 같은 서비스를 받는 상황”이라며 “장기입원이 가능한 만성 환자가 수익에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급성 환자를 소외시키거나 만성 환자처럼 장기입원을 권유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정신의료기관을 우선으로 급성과 만성 환자 병동을 구분하자는 게 골자다.

실제로 대만과 일본의 경우는 환자의 특징에 따라 병동을 세분화해 환자의 질환에 대한 접근방법을 다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대학병원 등 상급병원에서는 모르겠으나 재정적 부담이 큰 환자들의 경우 지역 정신병동을 이용할 때 의료급여 등의 이유로 정신질환 치료가 더욱 힘이 든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B 씨는 “급성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들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부터 치료 대상에 배제되는 경향이 없지않다. 저수가 정책 때문에 치료될 수 있는 환자들이 지역 의료기관들로부터 무시되는 거다.

지역 병원 입장에서는 병동을 나눠야 한다 말아야 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재정적인 상황이 힘에 부치는 게 시급한 문제”라며 “병동을 나누는 기준이 단순히 입원 기간이 기준이 되면 안 된다. 환자의 특징적 증상에 따라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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