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생존권이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 투쟁을 불사한다.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며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단체행동이다. 그런데도 살기 위해서, 함께 살자 외치며 파업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작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서 열다섯 살 그레타 툰베리가 1인 시위로 기후행동을 시작했고 이에 호응해 올해 3월 15일과 5월 24일에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기후파업에 참여했다. 세계 청소년들의 생존 문제가 기후 문제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파업이라는 말이 딱 맞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은 195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탄소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세계적 합의다. 탄소 배출 1, 2위인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에 일방적으로 탈퇴함). 이 협약에서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기로 했다. 섭씨 2도를 넘으면 기후 시스템은 복원력을 잃기 때문이다. 2도로 제한하면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이 평생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122톤으로 1950년생이 배출한 탄소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작년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5%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1.5도로 제한하면 2017년생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43톤으로, 2도로 제한하는 경우보다 크게 줄어들어 1950년생보다 겨우 8분의 1만 배출할 수 있다.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가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탄소 배출량은 최대 얼마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IPCC 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67%(2/3) 확률인 경우 약 4200억 톤, 50% 확률인 경우 5800억 톤이 한계 배출량이라고 한다. 현재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420억 톤이므로, 67% 확률에서는 10년, 50% 확률에서는 14년 후에 한계에 다다른다.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평균 12년인 셈이다.

평균 12년이라는 말은 우리가 그동안 살던 방식대로 살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올해 당장 탄소 배출량 감축을 시작하더라도 매년 18%씩 줄여야 2050년에 순배출량 0이 된다. IMF 시기 산업 활동의 급격한 위축으로 탄소 배출량이 약 15% 줄었다고 하니,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전 세계가 IMF 시절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생활 방식과 산업 활동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현실은 암울하다. 유엔이 1990년 리우 정상회담 이후 2018년까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24번 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1990년 이후 전혀 줄어들지 않고 2017년까지 63%나 늘어났다. 탄소 농도 상승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내년 말 영국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 총회(COP26)가 인류가 기후를 1.5도 이내로 안정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때까지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대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면 12년 후에는 1.5도를 넘어가게 된다.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실제로는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9월 23일부터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맞춰 전 세계 시민단체는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기후 파업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도 9월 21일 대학로에서 기후 위기 비상행동을 벌였고, 9월 27일에는 청소년 기후행동(파업)을 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등으로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된 우리나라가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여 발상과 정책을 대전환하기를 기대한다.

언제나 그랬지만, 헛된 기대나 속절없는 희망보다는 함께 사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IMF 시기에도 이미 겪었지만 대전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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