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서 12~13세기 남송대 중국도장 2점 발견 

제주 신창리 해역에서 나온 인장과 인장함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연합뉴스]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12∼13세기에 중국 상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장(印章·도장) 2점과 인장함이 나왔다.
  국내 해역에서 중국 무역선인 신안선 조사 중 원나라 인장을 찾아낸 적은 있으나, 남송 인장과 인장함이 세트로 발견되기는 국내 처음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국립제주박물관과 함께 지난 4∼6월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역에서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남송(1127∼1279) 시기 목제 인장 2점과 인장함 조각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인장은 조사단이 해저에 있는 바위 사이 모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중 한 점은 도장을 찍는 면인 인면(印面)이 가로·세로 각 1.7㎝이고, 높이는 2.3㎝다. 손잡이 형태는 단순하다.

  인장에 새긴 글자는 '삼가 봉한다'는 의미를 지닌 '근봉'(謹封)이다. 서신을 보낼 때 봉투에 찍거나 물건을 포장한 뒤 찍을 때 쓴 것으로 보인다.

  양순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획 사이에 붉은색 인주가 일부 남은 상태"라며 "우리나라에도 '근봉' 인장이 있으나, 모두 조선시대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인장은 인면이 직사각형이다. 한 변 길이는 각각 1.4㎝, 2.8㎝이며, 높이는 2.2㎝다. 인면에는 글자가 아닌 문양을 새긴 점이 특징이다.

  양 연구관은 "중국 학계 분류에 따르면 길상무늬를 새긴 초형인(肖形印)에 해당한다"며 "위쪽은 동전 모양으로 추정되나, 아래쪽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인장함은 재질이 납과 주석이며, 사각형 몸체에 뚜껑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가로 10m·세로 30m 해역에서 이뤄졌으며, 인장과 인장함 외에도 남송 대에 제작한 도자기 400여점이 나왔다.

  허문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일본 가고시마 아마미오(奄美大)섬 구라키자키(倉木崎) 유적에서도 같은 양식 도자기가 나왔다"며 "남송 도자기는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중국·일본 간 해상교류를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 신창리 유적은 1980년대 초 해녀가 금제 유물을 신고하면서 존재가 알려졌고, 제주도와 제주대 박물관이 1997년 지표조사를 진행해 남송 시대 청자를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탐사 활동을 통해 '금옥만당'(金玉滿堂), '하빈유범'(河濱遺範) 같은 글자를 새긴 청자 조각을 포함해 유물 500여 점을 수습했다.

  허 연구사는 "올해 조사는 해저에 흩어진 유물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모래를 제거하면서 유물 매장 양상을 살폈다"며 "신창리 해역은 물론 제주도 해역 전반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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