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는 갈수록 비싸지고 행복주택 입주 대기도 길어져

대전의 집값은 점점 비싸지고 그렇다고 임대로 주거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이 실거주자보단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실거주를 희망하는 이들은 대전을 떠날 것이란 부정적 시나리오도 엿보인다.

6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은 아파트 매매가가 1.18% 오르며 이 부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서울(0.18%)보다 약 10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는 계속 되고 있다. 대전은 매매가는 0.27% 오르며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구체적으로 서구가 0.38% 올랐고 분양을 앞둔 중구는 0.37% 상승했다. 도안시도시가 위치한 유성구는 0.15% 올랐다. 개발 호재가 있거나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전이 서울보다도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사실상 실거주자는 점차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매매가가 비싸져 실거주를 희망하는 이는 차선으로 전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지난달 대전 전세가는 0.48% 올랐다. 매매가와 같이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률이다. 이달 들어선 0.05% 올랐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하는 사고도 있어 전세에 대한 위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시병)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대전에서 발생한 보증사고는 모두 7건이나 된다.

행복주택 등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대전에선 입주대기시간이 상당해 체감 대책이 되질 않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대전의 행복주택 입주 대기 기간은 평균 18개월로 전국 평균(13개월)을 훨씬 웃돌았다. 경기(21개월) 다음으로 긴 수준이다. 영구임대주택 역시 대전의 입주 대기 기간은 12개월로 전국 평균(11개월)보다 길다. 다만 국민임대주택은 입주 대기 기간이 3개월로 짧았으나 영구임대주택에 비해 임대 기간이 길지 않아 주거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부담이 있다.

비싸지는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행복주택 등의 긴 입주 대기 기간으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에게 대전의 주거환경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좋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대전을 떠날 수도 있다. 실제 대전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주거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대전 인구 감소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대전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솔직히 대전의 부동산이 전국에서 가장 뜨거워 집을 가진 입장에선 굉장히 긍정적일 수 있으나 젊은 세대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전은 집을 가진 사람들에겐 좋은 지역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큰 메리트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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