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정 대전상지초 교사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중에도 학교는 운영된다. 학생들을 위해 교내 도서관도 개방되고,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도 운영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방학 중 업무는 다음 학기 준비이다. 2학기 교육과정을 정비하고 세부적인 평가 계획도 수립하는 등, 학급 운영과 수업 및 평가에 관한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기간이 방학이다. 그 밖에 몇 가지 행정적인 업무들과 어우러져 방학 중에도 학교는 늘 바쁘게 돌아간다.

방학 업무 중 우리 교사들 사이의 영원한 핫이슈는 단연 ‘발령’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1일과 그 6개월 후인 9월 1일을 기점으로 많은 교직원들은 새로운 학교 또는 기관으로 발령이 나는데, 주로 2월 중순이나 8월 중순에 인사발령 관련 공문이 올라온다. 인사 발령 공문이 올라오는 날은 대부분의 학교가 아직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티케팅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트래픽 폭주로 교육청 사이트는 늘 접속 오류가 발생한다.

나에게 역시 인사발령은 늘 재미있고, 1초라도 빨리 결과를 알고 싶은 주제이다. 학교에서 업무를 보던 중, 인사 발령 공문이 올라오는 날이라는 부장님 말씀에 하루 종일 교육청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렸다. 올해의 나는 발령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현재 우리 학교 교장, 교감선생님 역시 이번 발령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9월 발령이라 3월 발령만큼 많은 사람이 발령 나는 것도 아니다. 다 아는데 그래도 괜히 궁금해 죽겠다. 예전에 모셨던 교장선생님 또는 교감 선생님이 혹시 다른 곳으로 옮기시는 것은 아닌지,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중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난 선생님들은 없는지, 내 친구들 중 복직하는 친구들은 무사히 복직 하는지 또는 원적교로 복직하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튕겨 나가는지, 알고 싶은 것 투성이다. 어서 공문을 보고 싶다. 이미 다 결정된 것 아는데 왜 빨리 알려 주지 않는지 교육청이 원망스럽다. 그러던 중 드디어 교육청 사이트에 렉이 걸렸다. 새하얀 화면에 무한히 돌아가는 모래시계를 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부장님께 외쳤다. “부장님, 발령 났나 봐요! 교육청 사이트 지금 접속자 엄청 많아요!” 부장님도 서둘러 사이트에 접속했다. 물론 그 부장님도 올해 발령과는 전혀 무관하신 분이다.

오래 오래 걸려서 드디어 다운 받은 공문 파일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열어본다. 이미 학교에 나와 근무 중이신 모든 선생님께 파일을 보내드렸다. 궁금했던 교장, 교감선생님들은 여전히 지금 근무하시는 학교에서 근무 하신단다. 전에 모셨던 부장님 중 한 분이 새로이 발령이 나셨고, 긴 연수를 마치고 학교로 복직하는 친구는 원적교로 무사히 복직을 한단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우리 학교로 돌아오기로 했던 선생님 중 한 분은 우리 학교에 자리가 없어 다른 학교로 가셔야 하고, 휴직 후 복직하는 내 친구 역시 다른 학교로 튕겼으나, 오히려 집이랑 가까워 진 것 같다. 전화위복이다. 두근 반 세근 반 발령 공문을 샅샅이 살피고, 발령이 나신 분들께 축하 연락도 주욱 돌리고 나니 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늘은 발령 공문 구경하느라 업무는 공치고 말았다.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업무는 내일 열심히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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