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호 경제부장

기자는 심심하면 동네 부동산을 찾아 어머니 명의로 된 둔산동의 집값을 묻곤 한다. ‘혹시나 나중에 물려받지 않을까’ 하는 못된 심보다. 어머니 명의로 된 집은 가격이 떨어지진 않으나 그렇다고 둔산동의 여타 단지처럼 크게 오르는 편도 아니다. 바로 옆 단지는 생각보다 크게 올랐다. 담벼락 하나를 두고 이렇게 차이를 보여도 되나 싶을 정도다. 어머니 명의로 된 집이 그렇다고 학군이나 상권 등이 다른 단지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과거 분양 당시 다른 한쪽으로 임대 아파트가 생기며 인접했다는 이유로 초반부터 가격 형성이 되질 않았다. 지금이야 임대 기간이 모두 끝났으나 여전히 ‘임대 아파트 인근’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사람들은 늘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심리는 부정적인 요소보단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른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싶고 더 좋은 차를 갖고 싶고 더 좋은 집을 갖고 싶다는 심리는 노력이란 과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노력이란 과정을 결과로 보였을 때다.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였고 결국 좋은 음식, 차, 집을 갖게 됐을 때 타인을 내려다보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은 타인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며 상대방을 하찮게 보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는 자기와 같은 위치의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우월감을 느끼게 한 요소가 의식주와 밀접히 연관됐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의식주 중 가장 비싼 주(住)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대아파트의 아이와 같은 학교를 쓰기 싫다며 단체로 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하는 학부모, 게임을 할 때 가위바위보가 아닌 자가인지, 전세인지로 팀을 나누는 아이들 등. 이들에게 주(住)는 단순 거주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을 가장 크게 대표할 수 있는, 인생에서 가장 크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소싯적부터 친한 녀석이 결혼을 준비 중인데 집값이 너무 비싸 임대주택을 알아본다며 크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분양 받는 것도 점점 힘들어져 정말 내 집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아파트에서 아이를 낳고 학교를 보내게 되면 교우관계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먼 미래에 대해 한탄했다. 물론 “임대아파트에 사는 게 어떠냐.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을 누리는 건데.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손가락질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위로하긴 했다. 친구의 마음을 달래려고 한 이야기였으나 한편으론 기자의 마음도 무거웠다. 작금의 상황이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친구가 걱정하는 걸 내 아이가 진짜 겪는다면 아이에게 똑같이 얘기하며 위로해줄 수 있을까? 다른 한편으론 이름 좀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들을 무시하는 사람은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그런 걸로 자랑하나’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정말 자랑할 게 집 말곤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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