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만나 9년간 동고동락
첫 앨범 후 멤버들 흩어지기도
활동 어려운 순간 있었지만
음악의 길 꿋꿋이 이어갈 것

스모킹구스 멤버 이정훈(왼쪽)·김동길 씨.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드럼과 바닥에 쌓여있는 드럼스틱, 기타, 각종 음향 기계들이었다. 일반적인 밴드 연습실 풍경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들의 연습실엔 특별한 무언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3인3색의 개성 넘치는 청춘들이 모인 작업실 공간은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대전문화연대 창립 15주년 기념 문화상을 수상한 '스모킹구스’ 멤버 이정훈(32)·김동길(30) 씨를 만나 그들의 음악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9년.’ 그들이 음악으로 만나 함께 보내온 시간이다. 지난 2010년 카이스트에서 선후배 관계로 만나 대학 동아리의 개념으로 즐기려고 시작했던 밴드가 어느덧 1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정훈 씨는 “처음에는 비슷한 학번의 사람들, 소개를 통해 만난 이들과 모여 당시엔 4인조로 한 팀을 이뤘었다”며 “멤버 한 명이 계속 바뀌기에 박성훈 씨를 포함한 3인 체제로 좀 더 돈독하게 음악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소탈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한 만큼 군대, 학업 등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스모킹구스라는 밴드를 만들고 2013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멤버 개인별로 각자 시기에 맞춰 군대를 가야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삶에 집중을 하면서 ‘밴드를 못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동길 씨는 “군대를 다녀오면 밴드는 취미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멤버들과 대화를 하면서 당연히 음악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밴드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느꼈다”며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틈틈이 만나 앨범을 발매했고, 2016년 여름에 다시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인디밴드로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던 이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K-POP과 달리 인디밴드는 공연문화가 잘 형성돼 있지 않고 찾는 사람들도 적어서다. 그러다보니 기획공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훈 씨는 “우리 밴드는 매주 공연을 하는데 대관료가 가장 큰 부담이다. 대전에서는 어떤 공연이든 참여하려고 하는데 대관료로 인해 기획공연을 하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동길 씨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공연도 점점 줄어들고 밴드도 사리지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고충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 세계도 자리 잡아갔다. 매년 앨범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스모킹구스의 장르는 펑크(punk)다. 정훈 씨는 “우리가 음악을 만들고 주변에서 장르를 정해준 것 같다.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 앨범을 내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멤버들과 만들다보니 음악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수상 소감과 향후 계획도 언급했다. 동길 씨는 “지역에서 막내 밴드에 가깝다보니 지역을 지켜온 선배, 문화인들을 본받아 열심히 하라고 청년문화상으로 준 것 같다.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뿌듯하다”며 “음악 스케일을 좀 더 키우면서 여러 도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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