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파고드는 사랑·그리움 …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표출

 

꽃들 속으로
빗물처럼 내리는
달빛
오월의 저녁은
하얀 빛으로
스며오는
그리움이다

당신의 계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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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 사랑과 그리움을 머금고 있는 추억을 통해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피어오른다. 가을로 채색되는 길목에서 박창호 시인이 애틋한 마음을 담은 첫 번째 시집 ‘당신의 계절’(도서출판 시와정신)을 펴냈다.

박 시인의 이번 시집이 ‘사랑과 그리움’을 전반적인 주제로 담고 있는 만큼 독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한다. 특정 대상을 향한 사랑이나 그리움은 애틋한 마음이라는 정서적 동일성을 갖고 있어서다.

그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당신’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그 표현은 단순히 ‘사랑’이라는 단어로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발견한 꽃과 풍경 등 정감 어린 단어들로 승화해 시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시 속에서 당신이라는 존재는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박 시인의 의식 속에 살아있는 어떤 대상을 향한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독자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과 함께 시의 장르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박 시인만의 특성이 두드러진다. 시집에는 산문시와 시조의 형식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시세계가 전통적인 시조와 산문시에 동시에 접근하면서 새로움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와정신 해외시인선인 ‘당신의 계절’은 모두 5부로 구성돼 69편의 시를 담고 있다. 지난 2015년 밝은 미래 미주 중앙일보 시부문 신인 문학상을 수상한 박 시인은 현재 시카고 문인협회와 미주 디카시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불어온 바람과 피어난 꽃들이 기억의 빗장을 열어 어지럽게 흐트러진 자음과 모음을 모아 사랑과 추억이라는 팻말을 달아줬다”며 “미숙하고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한 첫 발걸음의 자국들이다. 따뜻한 동행, 시나무 동인, 시금치에서 만난 귀한 분들과 시문의 문우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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