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진 '책가도'

 

조선의 집은 크지 않았다. 집이 작다보니 방은 더욱 작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방에 살림살이를 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한의 가구만 놓고 살았다. 이러다보니 무언가 대리만족할 사물이 필요했다. 그게 책가도이다.
그림에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구들이 들어가 있다. 이 작품 안에도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다. 이런 도구를 방에 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는 공간의 허락도 필요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조선 사회가 소박함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공간과 정책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공간도 극복하고, 국가 정책도 따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책가도가 태어난 이유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들의 성격을 찾는 것은 갤러리의 몫이다.

<김희정 대전미룸갤러리 관장>

이화진(1974년~)
작품명 : 책가도
작품크기: 34×72cm
재료: 순지에 분채, 봉채
제작년도: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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