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페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배우 장은숙 씨, 마리아 칼라스 변신
18일부터 이틀간 대덕문예회관 공연
“불꽃 같았던 그녀의 삶과 사랑 재현”

 

 

서력 기원이 그리스도 탄생 이전(Before Christ·B.C)과 이후로 나뉜다면 오페라에선 마리아 칼리스 이전(Before Callas·B.C)과 후로 나뉜다. 1000가지 음색으로 연기했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는 그 자체로 오페라의 살아있는 역사다. 18일부터 19일 대덕문예회관 무대에 오르는 뮤페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20세기 최고의 디바로 변신하는 연극배우 장은숙(사진) 씨를 만났다.

마리아 칼라스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인생 뇌리 깊숙이 새겨져 있던 인물은 한국문학사를 통틀어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손꼽히는 요절한 천재 전혜린이었다. 하지만 마리아 칼라스를 만난 후 장 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삶에 이끌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그 육신을 다 태울 만큼 노래에 온 힘을 다했던 마리아 칼라스에게 한 눈에 반했다”며 “평소 무대 오를 때 역사적 배경의 인물이 나오면 뒷조사(?)를 하는데 ‘이 사람은 대단함을 넘어서는 구나’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사실 그와 마리아 칼라스의 인연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극에서 내레이션으로 함께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내레이션을 넘어 올해는 마리아 칼라스 그 자체가 되려한다. 장 씨는 “지난해 공연은 성악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여기에 더해 연기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뮤페라의 형식”이라며 “자신의 감정, 연기, 손동작부터 다른 사람이 뛰어넘을 수 없는 음역에 도전한 마리아 칼라스 삶의 처음과 끝을 보여주기 위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에게 마리아 칼라스는 단순히 음악인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일에 온 육신을 다 내어 줄만큼 열정적인 인물이기도 하지만 마리아 칼라스는 그에 못지않게 사랑에도 뜨거웠던 사람이었다. 장 씨는 “공연에서는 오나시스와 평생을 꿈꾼 마리아 칼라스의 세기말적 사랑을 드라마틱한 요소로 풀어낼 예정”이라며 “마리아 칼라스는 명성과 사랑을 성취하지만 훗날 두 가지 모두가 무너지면서 절망에 빠지게 되는데 내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프고 슬퍼서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2019년, 왜 마리아 칼라스일까. 그는 시대와 충돌한 마리아 칼라스의 드라마틱하고, 뜨겁고, 슬픈 기억과 뮤페라라는 또 하나의 공연 장르를 알리는 것을 넘어 지역민들이 조금 더 고급스런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해야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장 씨는 “마리아 칼라스를 오페라나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오페라를 어렵고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다”며 “음악에 연극적 요소를 혼합하는 시도를 통해 지역민들이 고급 문화를 널리 향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극단 새벽과 벨칸도 성악연구회가 준비한 뮤페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18일 오후 2시·7시 30분, 19일 오후 2시 무대에 오른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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