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그는 귀가 울고 목마름이 심하여 이를 참고 사방에 곁눈질을 하다가 그만 귀부인의 음성을 전혀 듣지 못했다. 가후는 소년이 응대가 시원치 않았으나 소년의 미색이 뛰어난지라 이를 묵인하고 침을 한번 삼키고는 흥분된 마음을 누르며 다시 묻기를

“네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소년은 이번에는 가후의 음성을 알아듣고 조심스럽게 대답하기를

“열 여섯살입니다.”

“참 좋은 나이로구나.”

“모르옵니다. 좋은 것을...”

“그래, 알게 해주마. 이리 가까이 와서 내 다리를 주물러 다오.”

이 말에 소년은 비로소 가후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가후는 백옥 같은 섬섬옥수를 들어 손짓을 하면서 소년에게 말하기를

“어서 가까이 오려무나.”

소년은 침상 가까이 다가가 시키는 대로 가후의 백옥같이 흰 다리를 만졌다. 가후의 다리는 포동포동하게 살이 찌고 기름지고 솜처럼 부드러웠다. 그런 가운데 기분을 아주 들뜨게 하는 싫지 않은 냄새가 풍겼다.

“여인의 다리를 주물러 본 적이 있느냐?”

“처음입니다.”

“처음이라고...? 그래 그렇겠지. 겁내지 말고 내가 시킨 대로 하려무나.”

“네. 마나님.”

“흐응, 마나님이라고 했더냐? 겁내지 말고 어서 주물러… 조금 위쪽을 주물러라.”

가후는 몸에 두른 잠옷을 올리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여서 허벅지를 주무르게 하였다. 소년은 심장이 두근거려 가슴이 떨리고 압박이 심하여 그만 진땀을 빼면서 여인의 비밀한 곳까지 모두 어루만져 들어갔다.

이미 절반은 미쳐버린 가후의 명령이 정신이 외박을 나가버린 소년에게 천둥소리로 들려와 검지와 중지를 가후가 시킨 대로 샘 속으로 빠뜨렸다.

“으응 아가야 참말 좋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거다. 안 그러하냐?”

가후는 진한 암내를 풍기며 소년을 성의 포로로 만들고는 다시 말하기를

“아가야, 이팔청춘 내 소년아, 이리 가까이 더 가까이 오렴.”

하고는 소년을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아아! 놀라워 이리 좋은 것은 처음이야. 두고두고 숨기고 숨겨두고 아껴두고 나만 홀로 가질 거야. 요놈은 내 소년이어야 해.”

소년은 놀랍게도 보기 드문 명기를 가지고 있었다. 가후가 지금까지 만나본 소년 중에서 이 소년이 특별한 물건을 가진 소유자였다.

“좋다, 좋아. 세상이 이보다 더 좋을 데가 있으리. 소년아, 내 소년아! 내 가슴이 뻥 뚫려서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 것 같다.”

가남풍이 염치 같은 것은 멀리 귀향 보내고 희열에 넘쳐서 열락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슬그머니 썰물이 되어 물러갔다. 가후는 자신의 흥분이 차츰 가라앉자 이상야릇한 느낌을 가졌다.

“왜 이러지...?”

가후는 소년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하고 묘한 예감이 들어 자기 위에 있든 소년을 밀어 내렸다. 그러자 소년은 막대기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이 미끄러지듯이 곁으로 흘러내려갔다. 놀란 가후는 얼른 소년의 코에 손가락을 대어보고 가슴팍에 귀를 대보니 숨소리도 심장의 고동도 들리지 않았다.

‘복상사일까?’

가후는 복상사를 의심하고 기겁을 하며 주섬주섬 옷을 추려 입고 나인을 불렀다.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인이 놀라 뛰어와

“황후마마! 어인 부르심입니까?”

“어서 대책을 세워라. 소년이 죽은 것 같다. 어찌 해야 살리느냐?”

“황후마마, 죽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잘 살펴보겠습니다.”

“그래, 어서 살펴보고 살려라.”

나인이 가황후의 명에 따라 소년을 살펴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년이 쭉 뻗어 있었다.

“아이쿠, 황후마마. 죽었습니다. 소년이 갔어요. 우선 옷을 입히고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래. 우선 입단속을 잘하고 치워 버려라. 나는 내전으로 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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