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희 보령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전국의 가을빛이 어둡다. 지난달 파주에서 첫 발병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경기도는 물론 전국 양돈농가가 초긴장상태이다.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에서 빠르게 번져 경기도와 인천을 연차례 강타했다. 파주와 연천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소강과 확산을 반복하면서 정부와 축산농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한강 이남 방역 방어선이 뚫리고, 의심 신고가 계속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양돈메카인 충남 보령, 홍성에서 돼지열병 의심신고가 들어와 음성으로 판정났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충남은 국내 사육 중인 돼지 1100만 여 마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30만 여 마리를 사육 중인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양돈산업 밀집지역이다. ‘축산 대표 1번지’ 충남이 뚫린다면 국내 양돈 산업과 돼지고기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SF는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바이러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률이 매우 높으며, 바이러스의 저항성 또한 매우 높고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말 첫 발병 후에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평안북도에서 돼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발병 이후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되었다. 초기 방역대응에 실패하면 피해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는 것이다. 전국적인 축산 대혼란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더 큰 문제는 발생 원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고 백신 또한 개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야외 행사 등을 전면 취소하면서까지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과거 우리는 매년 구제역 발병이 사회경제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다. 구제역에 감염된 수많은 돼지와 소를 살처분해야 했으며 농가와 소비자는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봤고 사회적 손실 또한 매우 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돼지열병의 방역 골든타임을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수립해서 방역 파급효과가 크고 즉각적인 강력한 해결 드라이브를 걸어야한다.
 
첫 번째, 현재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추가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을 펼쳐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방역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촘촘한 방역망을 재확충해야 한다. 농가는 생축차량 관리와 농가소독, 세척, 예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백신접종과 차량·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등 방역당국의 기본방침을 확행하고, 일반 시민도 소독활동 등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두 번째, 방역을 위한 양돈산업이 아니라 양돈산업을 위한 방역이 되게끔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가 정립되어 농가가 정책을 믿고 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특단의 살처분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ASF대책위원회 같은 기구가 구성되어, 양돈 사육산업의 특수성과 애로사항이 반영되어 농가의 생존권이 보호되는 한편 현장의 문제점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종합적으로 가동돼야한다.
 
마지막으로 유입경로 파악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제는 ASF 방역상황이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방역에 성공한 벨기에, 덴마크, 체코 등 유럽 양돈 선진국들은 야생멧돼지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주목해야한다. 야생멧돼지의 습성을 잘 따져 사육농가에 접근되지 않도록 전기울타리, 냄새 기피제와 같은 화학적 냄새장벽 설치를 하여 1차 차단을 막고, 필요에 따라서는 수렵가를 동원한 멧돼지 수렵 등 현장감 있는 대응책이 즉각 실행되어야한다. 이외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 및 차단방역에 힘써야한다.
 
ASF가 전국적 확산으로 퍼지는데 8개월이 걸리지 않은 중국, 그리고 2018년도 28건이 발생했지만 올해 발생 제로인 체코, 이 두 상황 속에서 어디로 향할지 우리의 ASF 방역 골든타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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