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에 내린 가을 - 2·3·4·5구간을 걷다]
대청호가 추색(秋色)으로 물들었다. 은빛의 억새와 갈대, 노란 국화와 은행나무,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까지. 평소 밖을 돌아다니기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선호해 집돌이, 집순이라 불리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가슴에 설렘이 차오르는 이 계절,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대청호의 가을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몇몇 장소를 소개한다.
우선 도로 양쪽에 빼곡히 들어선 은행나무와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을 볼 수 있는 찬샘마을 앞길을 추천한다. 대청호 주변 어느 곳이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곳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좌우로 촘촘히 들어서 있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안성맞춤이다. 차도 옆으로 선 은행나무들이나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에 떨어지는 은행잎을 맞으며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그리고 대청호오백리길 2구간(찬샘마을길)에선 찬샘정과 노고산성을 빼놓을 수 없다. 평소에도 찬샘정에서 바라 본 대청호에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을 정도로 시원하며 빼어나다. 아래론 푸른빛의 대청호가, 그 위론 바다 위 떠있는 섬을 연상케 하는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 계절엔 그 산들이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는다. 찬샘정이 평지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노고산성에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이어진 대청호오백리길 3구간(호반열녀길)은 대청호에서 조금 멀어져 시골길을 걷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길을 걷다보면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바람에 몸을 맡긴 모습도, 노란 국화들 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벌과 나비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을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다 보면 근장골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근장골 전망대는 본 도로를 벗어나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다 보니 높은 곳에 위치하지만 오르는 길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어려움도 적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해 보이는 대청호의 경치는 마치 수작(秀作)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대청호오백리길에는 꽤 많은 전망대가 있지만 각 전망대마다 그 경치가 다르다. 또 계절에 따라 꾸밈이 달라지는 자연이다 보니 그 맛 또한 제각각이다. 길손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돌의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다보면 시간가는 걸 잊기도 한다.
대청호오백리길 가을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4구간(호반낭만길)이다. 이름에 ‘가을 추(秋)’자가 들어가는 추동생태습지를 비롯해 대청호자연수변공원과 대청호자연생태관이 이곳에 있다. 대청호를 배경삼아 넓게 펼쳐진 억새밭을 만날 수 있는 추동생태습지는 이미 유명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데크까지 조성돼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한 대청호자연수변공원에선 오두막에 앉아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억새와 국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대청호자연생태관에선 국화전시회가 펼쳐지고 있다. 아름답게 핀 형형색색의 국화들은 물론 가을꽃들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백골산성낭만길) 역시 모든 곳이 가을에 어울린다. 5구간 시작점인 흥진마을갈대밭은 제철을 맞은 억새와 갈대가 이곳을 찾은 이들을 반긴다. 주황빛의 탐스러운 감과 저 멀리 보이는 울긋불긋 단풍까지. 걸음마다 가슴에 낭만이 담긴다. 또 국내 최장 벚꽃길로 유명한 회인선 벚꽃길 또한 가을을 맞아 알록달록한 옷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봄엔 흰 꽃잎을 흩날렸던 이곳은 가을,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백골산의 단풍도 빼놓을 수 없다.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진 백골산이지만 이 계절엔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으로 변모한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