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필자는 십여 년 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자동차전문정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활동을 했다. 당시 전국에 치킨집이 3만 5000개, 카센터 2만 9000개가 있다는 통계를 보고 차량 등록 대비 카센터가 너무 많다는 걱정을 했던 게 기억난다.
 
올해 들어 자동차전문정비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의 적합업종으로 지정 신청된 후 동반성장위는 추천 관련 심의결정을 위해 의견 수렴과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제작사는 자동차정비업이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우선 해당 법안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차량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가 무시된 듯한 아쉬움도 있다. 고객은 일반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차량품질은 물론 애프터서비스 품질 등을 두루 고려해 차량을 구매한다. 이중 서비스를 제작사 직영업소에서 받지 못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포괄적인 기대가치를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도 서비스센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나 지난해 발생한 BMW 화재 사건을 봐도 서비스센터가 얼마나 부족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불만은 특히 수입차 소유자들이 더 크게 느끼는 듯하다. 수입자동차 판매회사가 초기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 그에 따른 수익성 확보 부담과 더불어 인허가 가능한 부지확보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공식 혹은 직영서비스센터를 충분히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소비자 및 언론 요구에 역행하는 것으로 결국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리와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 올 우려가 있다. 2009년 전후 평균 폐차 연령이 7~8년 사이던 우리나라 자동차의 현재 평균 연식이 9년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지금 출시된 차량은 20년 후에도 멀쩡히 돌아다닐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은 일반정비소가 저렴하지만 시설, 서비스 및 기술에 대한 신뢰도는 공식서비스센터라는 인식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결국 보증수리기간까지 공식서비스 센터를 이용하길 원하고 그 이후에는 일반정비소 이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상호 보완 성격으로 시장이 구분돼 있다.
 
자율주행, 전자제어 부품의 적용 비율 증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등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발전 트렌드를 고려하면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자동차 정비가 포함된 것은 함께 가는 사회라는 큰 틀에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지만 전문가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자동차 판매사는 판매한 차량에 대해 무상보증 수리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의무가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수입자동차를 고려하면 판매사의 의무이자 소비자의 권리인 무상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공식 서비스센터는 더욱 늘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혹은 현대자동차가 직영서비스센터와 블루핸즈, 기아자동차의 오토큐와 같은 가맹점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일정 자격 조건을 만족시키는 카센터를 경쟁적으로 확보해 수입차의 지정서비스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문제다. 지금 이대로 급히 대충대충 덮는 식의 급작스러운 제도 개선은 자칫 자동차 제작·판매사의 법적 의무와 소비자의 권리, 둘 다 놓칠 우려가 있다.
 
소비자의 권리, 차량 소유자의 안전 보장 등 이런저런 거창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해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자체가 민주주의 경쟁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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