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염소누출, ‘지난해 판박이’
소방, 화학물질 정보 파악 못 해
‘유해인자 위험분석’ 지침 사문화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연구실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염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화학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구실 사고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연구실 사전 유해인자 위험분석 실시에 관한 지침’은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오후 6시 58분경 KAIST 응용공학동 실험실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오후 7시 8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전소방의 조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화학 사고는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됐지만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연구실 화학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잖다. 특히 이번 사고는 제난해 10월에 이어 같은 연구실에서 반복됐다는 점에서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KAIST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같은 연구실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 장비와 관련해 안전팀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연구실 화학사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실 화학물질 안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기부에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KAIST 화학사고 조사 후 조치를 취했음에도 같은 연구실, 같은 설비에서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에서다. 또 소방출동 과정에서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화학물질 정보이나 대처 방안에 대해 전달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은 자체 조사나 유관기관의 협조로 ‘위험물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의 위치와 물질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사고 발생 시 대처가 용이하지만 대학교 연구실 등의 경우 물질에 대한 정보 파악이 돼 있지 않은 상태다. 대전소방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에 대해선 (화학물질관리법에 의거) 금강유역환경청에서 매 분기별로 판매제조사용 업체를 유관기관에 대해 배포하고 있다”면서도 “(KAIST 등) 연구 시설에 대해서는 (화학물질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2016년 ‘연구실 사전 유해인자 위험분석 실시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고 시행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고시에 따르면 유해 화학물질, 독성가스 등 유해인자를 취급하는 모든 연구실의 책임자는 R&D 활동 시작 전에 연구실 안전현황 분석과 안전계획, 비상조치 등을 연구소장에게 보고하고 사고 발생 때 소방서 등 사고대응 기관에 즉시 제공해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소방 관계자는 “지난 1일 KAIST 화재 발생 신고 접수 당시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정확히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KAIST 관계자는 “연구실 사전 유해인자 위험분석 보고서는 연구실안전법에 따라 이행을 하는 것이고 과기부에서 확인할 내용”이라며 “소방에 보고한 적도 없고 또 소방서에서 요구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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