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숙 대전대 창업학부장

조현숙 대전대 창업학부장
지난 8일 한국수자원공사 첫 사내 벤처 데모데이가 열렸다. 물관리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5개 사내벤처팀이 사업 아이템을 소개했으며 연말 연구소기업으로 창업할 계획을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2018년부터 사내벤처제도를 도입했다.
 
사내벤처는 2년 동안 별도의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3억 원의 개발비를 지원받아 해당 과목의 사업화를 수행한다. 창업 시 3년 간 휴직제도와 회사 특허 무상실시, 지분투자 등을 통한 리스크 최소화 등을 지원받는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알려진 네이버, 인터파크, SK엔카 등이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탄생했다. 한국 벤처 기업의 창업 95%는 기업 내에서 시작된 것으로 집계된다. 회사 내의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또는 구성원들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공식 혹은 비공식적인 지원을 통해 생겨나고 있다.
 
사내벤처제도는 기업이 신상품 개발이나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회사 내에 독립된 벤처 사업 조직을 두는 제도로 사내 혁신을 자극하고 신종 사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제도다. 사내기업가제도라고도 불리며 국내에서는 1995년 CJ㈜가 대표적으로 시행했는데 사원들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채택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자가 직접 사업수행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해 그 이익금의 일부를 급여외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형식으로 출발했다. 3M사도 사원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신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사내 기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전직이 아닌 사내 전환배치 형식으로 업무 부하를 줄였으며 파격적으로 사업성과를 반영,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한 바 있다.
 
사내벤처제도의 기원을 살펴보면 1974년 미국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기업의 혁신에 대해 “혁신 활동이 당장의 성과를 달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뤄질 수는 없다”며 “개별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 활동을 기존 사업 영역과는 독립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기인해 기업들이 기존의 사업영역과는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사내에 설립한 독립적인 기업 형태의 조직을 사내벤처라 불리게 됐다.
 
최근 수자원공사 외에도 LG디스플레이가 지난 4월 사내벤처제도 ‘드림챌린지’를 확대 운영한다고 밝히고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 분야의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접수, 선발되면 별도의 팀을 꾸려 1년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사업성을 검증한 후 사내 사업화, 스핀오프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창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팀은 별도의 조직으로 기존 업무는 물론 인사고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며 팀별 사업개발 자금과 사내 인프라 활용, 창업 교육 등이 지원된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기업의 미래 산업을 이끌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일반 기업에서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벤처를 육성했으나 최근 공기업 수자원공사, 전기안전공사가 사내벤처제도를 시행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수십 년간의 업무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을 통해 공공분야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공 분야 벤처 육성의 화두를 던진 만큼 전 분야의 공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판단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