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개발 현장 호우피해 무방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 17일. 긴 장마전선은 어김없이 충남을 훑고 지나갔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는 바다와 접한 서산·태안·보령 등 충남 서부권에 집중됐다.물론 충남 내륙도 예외는 아니었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질적인 집중호우 피해 지역인 금산에도 100㎜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대전에도 80㎜ 정도의 비가 내렸는데 특히 이날 새벽 집중적으로 쏟아졌다.#1. 공사현장 안전불감증이날 대전과 금산지역에 내린 비는 예전처럼 거칠게 내리지 않아 대형 피해를 낳진 않았지만 자칫 산사태 등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도마교에서 버드네교로 이어지는 천변도로 확장공사 현장.시공업체가 도로 개설을 위해 오량산 일부(300여m 구간)를 깎아 가파른 절개지가 생겼다.일부 구간은 장마 전에 석축을 쌓아 산사태나 토사붕괴를 막았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의 구간은 집중호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석축이 쌓인 곳도 아직 완성이 안돼 절개지를 타고 토사가 호우에 쓸려 내려갔다.산지개발이 한창인 금산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대전시 중구 안영동에서 금산군 복수면으로 향하는 대둔산길과 복수길.이 길을 따라 식당과 주택이 줄지어 있는데 일부 주민들은 부지 확장을 위해 산지를 깎아 놓고 그대로 방치해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다.이 지역은 2003년 집중호우 당시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유실됐던 구간이기도 하다.이 길을 타고 가다 복수삼거리에서 금성면 방면으로 68번 지방도를 타면 금산 도심에 도달하기 바로 전 이슬공원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도로개설을 위해 깎아놓은 절개지가 집중호우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금산군 군북면 내부리에서 천을교로 이어지는 산길 정상 부근에서도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절개지를 볼 수 있었고, 천을교 앞 산지개발 현장에선 토사가 쓸려 내려와 도로를 덮쳤다.제원면에서 군북면으로 이어지는 601번 도로는 계곡을 따라 길이 나 있는데 이곳도 역시 각종 산지개발로 집중호우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산 중턱에 자리잡은 공장들은 위험한 절개지 아래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곳곳에선 토사가 밀려 내려와 도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금산의 경우 충남 타 시·군에 비해 평균 해발고도가 높아(약 250m) 산지개발이 아니면 도시 확장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절개지 보강 등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사고 대책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금산은 산지를 개발한 만큼 안전사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2. 아찔한 불법 산림훼손태안군 이원면 사창리에 거주하는 조 모 씨는 3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지난 16일과 17일 집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지난해 겨울 누군가 집 앞 산지를 불법적으로 훼손해 2만 5000㎡ 규모의 산비탈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절개지로 변했기 때문이다.현재 일정 부분 잡목이 자라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토사가 쓸려 내려올 경우 곧바로 집 전체를 덮치기 때문에 조 씨 가족은 장마가 끝나기 전까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말 그대로 ‘산사태=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산지를 불법 훼손한 장본인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어 임시방편으로 수로만 냈을 뿐 태안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3. 올 여름 산사태 위험 최고조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 말 “올해 여름철 산사태 위험이 어느 해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봄철(2월∼5월) 강우량이 많은 경우 산사태 발생면적이 예년보다 많았고, 봄철 강우량이 예년보다 적은 경우 산사태 발생면적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는 게 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봄철 강우량이 많은 경우 토양 내 수분을 저류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지기 때문에 여름철 적은 강우에도 산사태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산림과학원 이창우 박사는 “올해 봄철 강우량은 410㎜로 1976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며 “더구나 올 여름에는 강우가 많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산지뿐만 아니라 도심지 인공사면, 축대 등에 대한 안전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태풍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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