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비울수록 명예는 높아진다

 

돈과 명예, 누구나 좋아하고 마다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처럼 언제나 옆에 두고 즐기려 한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 중 부(富)와 귀(貴)의 욕망은 절대적이라 하겠다. 부와 귀의 욕망, 적당하면 자신을 빛나게 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자신을 파멸시킨다. 어떻게 부와 귀의 욕망을 다스려야 할까? 고전에서 그 지혜를 찾아보기로 한다.

▲ 삶을 평안하고 온전하게 지키려면

경행록에서는 ‘삶을 평탄하고 온전하게 살려면 욕심을 적게 하라.(保生者寡欲)' 했다. 단란했던 가정이 주식이나 부동산투기로 갑자기 풍비박산을 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성실하지 못한 욕심 즉 과욕(過慾) 때문이라 하겠다. 만 원을 투자해서 그에 해당한 상식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은 성실한 욕심이다.

그러나 몇 십배 몇 백배 상식 밖 이득을 얻으려 하는 욕심은 성실하지 못한 욕심인 것이다. 바로 이 성실하지 못한 과욕이 가정의 온전함을 깬다. 그러므로 항상 성실하지 못한 욕심을 경계하는 것이 나와 가정을 온전하게 지켜주는 파수꾼인 것이다.

▲ 목숨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경행록에서는 ‘목숨을 안전하게 보전하려면 명성을 피하라.(保身者避名)' 하였다. 권력과 명성이 높아질수록 견제와 시기, 질투로 인하여 목숨의 위험이 높아진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이성계 곁에서 야망을 펼치려다가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고 또 한 사람의 개국공신인 ‘퉁두란’ 이지란은 이성계가 죽자 미련 없이 정계를 떠나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은 명성을 높이려다가 죽임을 당했고 또 한 사람은 명성을 피하여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동서고금의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이 세상을 덮을 만한 공을 세우고도 비명횡사를 한 것은 한 결같이 권력이나 명성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성신퇴(功成身退), '공을 세우면 물러나라.' 했다. 즉 명성을 피하라는 것이다. 명성을 피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을 무탈하게 지켜주는 파수꾼인 것이다.

▲ 돈인가? 명예인가?

사람에게는 재물욕이 강할까? 명예욕이 강할까? 경행록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재물욕은 없게 하기는 쉬우나 명예욕을 버리기는 어렵다.(無慾易 無名難)' 하였다. 인간의 욕망 중 집착이 가장 강한 욕망이 명예욕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으로서 명예욕을 버리기가 어려움이 아닌가 한다.

특히 보통사람보다 지식이나 지위가 높을수록 명예욕이 더 강하다 하겠다. 귀부(貴富)라 하지 않고 부귀(富貴)라고 하는 것은 부(富)를 이루면 귀(貴)하게 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말함이라 하겠다.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되었을 때 시의원, 구의원 후보자들 중에 유난히도 부동산으로 졸부가 된 사람들이 많았음은 이를 말해줌이 아니겠는가.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비록 육신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명예를 남기고 싶은 인간의 명예욕을 말함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는 과연 돈인가? 명예인가?

▲ 명예욕? 명예?

명예욕은 집착이 강한 욕망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버리기 어렵다. 반면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명예다. 다시 말해서 버리기 어려운 것이 명예욕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이 명예라 하겠다. 명성(名聲)과 명예(名譽), 모두가 어떤 분야에 뛰어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름이 높이 불려지는 것을 뜻하지만 차이가 있다 하겠다. 명성 위에 도덕적 가치가 더해질 때 ‘명예롭다’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 명성을 쌓았다고 해서 명예까지 빛난다고는 할 수 없음이다. 어느 원로시인은 시 분야에서는 최고의 명성을 쌓았지만 미투 사건으로 한순간에 그 명예가 실추되지 않았는가. 경행록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석자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백년의 몸을 보전하기 어렵고, 석자의 무덤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백년의 무덤을 보전하기 어려우니라(未歸三尺土 難保百年身 已歸三尺土 難保百年墳)'. 공을 세워 명성을 쌓았더라도 평생 도덕적 삶으로써 명예를 지키며 살기 어렵고 죽어서까지도 그 명예로운 이름을 보전하기 어려움이이라 하겠다. 이처럼 한 때의 명성은 이룰 수 있겠으나 명성 위에 명예까지 더하여 오래도록 빛내기는 어려움이 아니겠는가.

▲ 그렇다. 명예욕을 비울수록 명예는 높아지고 명예욕이 가득 찰수록 명예는 낮아진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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