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 ZERO 零/당신에게 잘 자라고 말할 때/여성 관음의 탄생… 외 30권

▲ 0 영 ZERO 零 = 김사과 지음

형언하기 어려운 폭력과 악이 도시의 익명성에 숨어 한 개인의 일생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추적한다.

먹잇감이 되기 싫다면 다른 사람을 먹잇감으로 만들어라. 비정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을 잡아먹어야만 한다.

포식과 피식이 반복되는 세렝게티 초원과 같은 야성 세계에서 주인공 ‘나’는 은밀하게 타인을 불행에 빠뜨림으로써 생존을 모색한다.

점점 더 불온하게 진화해가는 김사과의 장편소설이다.

도서출판 작가정신이 기획한 ‘소설, 향’ 시리즈 첫 번째 작품. 김사과를 필두로 김엄지, 임현, 오한기, 정지돈, 백수린, 김이설, 윤이형, 조해진, 정용준, 최수철, 전성태 등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를 골고루 배합해 당대 사회의 모습을 소설로 포착해낼 계획이다.

작가정신. 224쪽. 1만2000원.

▲ 당신에게 잘 자라고 말할 때 = 카롤리나 세테르발 지음, 방진이 옮김

스웨덴 작가 카롤리나 세테르발을 무명에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도약시킨 장편소설.

22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문제작이다.

아들이 태어난 지 여덟 달 만에 배우자와 갑작스럽게 사별한 경험을 옮긴 자전적 소설이자 애도의 작품이지만, 픽션으로 만들면서 충격적인 도입부를 설정했다.

주인공 카롤리나는 아이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사망할 경우 알아야 할 정보를 적은 이메일이 온다. 그리고 남편은 실제로 몇 달 뒤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카롤리나는 사랑했던 달콤한 과거를 회상하며 슬픔과 그리움에 괴로워한다. 그는 시련을 잘 헤쳐갈 수 있을까. 방진이 옮김.

시공사. 400쪽. 1만6500원.

▲ 여성 관음의 탄생 = 김신명숙 지음

가부장제 문화를 떨치려면 여성적 신성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신학’이란 분야를 개척 중인 여성학자 김신명숙의 신간이다.

신도 남자이고 매개자도 절대다수가 남자인, 남성 중심주의가 어느 분야보다 가장 공고한 현대종교에서 페미니즘 확산을 위해 분투한다.

저자는 인도에서 남성이던 관음이 불교 전래 과정에서 중국, 한국, 일본 등으로 넘어오면서 여성화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신라시대 관음이 토착 신앙의 여성들이 갖는 가장 여성화한 특징을 보유했으며,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석굴암 십일면관음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관음이 페미니스트 관점의 ‘여신 관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프북스. 336쪽. 1만5000원.

▲ 기본소득과 디지털 유토피아 = 김석준 지음.

최근 미국 대통령 후보로 돌풍을 일으킨 앤드루 양의 대표 공약은 자유기본소득이다. 18세 이상 성인에게 한 달에 120만 원을 아무 조건 없이 무상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은 바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이 인간 일자리와 소득을 없앨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왔다.

앞으로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생산성은 향상하지만, 소수에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일자리를 잃으면 소득이 없어지고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본소득’이다.

저자는 ‘기본소득’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했다.

먼저 4차산업혁명이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로봇세, 소득 유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검토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본소득 개념을 정리하고, 핀란드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험 결과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 변화를 어떻게 적용하고 성공시키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지 모색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216쪽. 1만원.

▲ 6월 26일 = 장태준 지음.

제19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 참가한 연극의 희곡이다.

남자 두 명이 등장하고 시대 배경은 1938∼1950년이다. 6월 26일은 1950년 춘천 내평리 전투가 벌어진 날인데, 춘천 전투는 6.25 당시 전쟁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사건이다.

11장으로 구성된 이 희곡은 두 남자가 일제강점기엔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한국전쟁 발발로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무대는 춘천, 포로수용소, 모스크바, 일본 등 전 세계를 망라한다.

삶의 의미를 찾아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지만지드라마. 90쪽. 1만1800원.

▲ 깨어남의 시간들 = 이강옥 지음.

일화와 야담 연구자인 이강옥 영남대 교수가 재가 불자로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천 송광사, 미국 롱아일랜드, 부산 안국선원, 홍천 행복공장 등지에서 한 수행 경험을 정리했다.

대학생 시절 출가를 결심해 밀양 만어사에 들어갔다가 속세로 돌아온 저자는 일상에서 수행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수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변해가는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고자 했다.

수행의 목표는 결국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는 해탈에 이르는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만난 사람과 스쳐 간 장소가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자각하고, 생과 사를 다음과 같이 논한다.

“근본에서 다시 보면 태어남과 죽음도 양극으로 나뉠 것이 아니다. 불사를 이루셨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알겠다. 지금까지 내가 당연하게 떠올려 온 나의 태어남은 애초 없었던 것이며, 내 망상으로 부풀린 것이니 그것을 전제한 죽음의 공포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돌베개. 386쪽. 1만6000원.

▲ 소득의 미래 = 이원재 지음.

회사에서 일한 대가로 소득을 얻고, 생계를 꾸리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보통의 삶, 당연한 삶이었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이럴까?
우리가 직장에 다니고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게 된 것은 불과 100년 정도밖에 안됐다. 산업사회 초기에 자본은 물건을 더 많이 만들어 더 많이 팔고 싶었고, 그래서 일할 사람들을 임금으로 유혹해 공장으로 불러 모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은 사람 없이도 물건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일자리가 없고, 월급이 없는 것이 삶의 기본값이 됐다.

일자리와 소득의 구조가 급변하는 시기에 필요한 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LAB2050 대표인 저자는 구체적 데이터와 사례로 시대 흐름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전환기의 혼란과 고통을 줄여줄 해법을 제시한다.

옛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서기 마련이다. 저자는 기존 임금노동 대신 ‘자유노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들이 전통적인 방식의 고용을 피하고 프리랜서에게 맡기는 형태의 일거리를 늘리려는 경향이 있는 데다, 플랫폼 활용에 익숙하고 삶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싶어하는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임금노동이 쇠퇴하는 지금, 국가가 20세기에 만들어놓은 고용자만을 위한 안전장치의 유효기간이 끝나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해법 중 하나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국가가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다.

어크로스. 404쪽. 1만6800원.

▲ 초연결사회와 보통사람의 시대 = 이정전 지음.

다가올 미래는 인류사에서 처음 맞는 디지털 시대, 대량실업 시대, 탈노동 시대, 풍요의 시대, 보통사람의 시대로 전통적 의미의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대중 기반 자본주의가 뿌리 내리는 초연결사회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지금 제3차 산업혁명이나 세계화 4.0 등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사회의 초입에 서 있다. 날로 더 똑똑해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활용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에 대량실업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실업과 노동 자체에 대한 의식과 관점부터 바꾸고 나면 대량실업이나 완전실업이 결코 재앙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것을 ‘축복’으로 바꾸기 위해 발상을 전환해 이제부터 과감히 준비하고 노력하자고 역설한다.

저자는 “앞으로는 미래에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우리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돌리며 혹사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며 “교육분야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특성, 기호에 맞는 최적의 교육 내용을 설계한 뒤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동원해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량 맞춤’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대중 기반 자본주의 시대이자 풍요의 시대인 미래에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얼마나 인간적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고, 사람들이 돈벌이보다는 여가를 더 중시하며,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적극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여문책. 352쪽. 1만8000원.

▲ 커넥트 파워 = 박명규, 이재열, 한준, 이원재. 강정한, 임이숙 지음.

초연결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공유 경제를 통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회와 위기는 함께 온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플랫폼화 등 디지털 혁신 이면에 도사리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대학 교수인 저자들은 ‘커넥트 파워’라는 개념을 내놓으며 공유 가치 구현 능력이 이 커넥트 파워가 조직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분석과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커넥트 파워’를 통한 가치 혁신이 미래 경쟁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기술 혁신으로 인한 디지털 아노미를 ‘공유’라는 가치로 극복하고, 위계적인 조직을 자유자재로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며, ‘사회적 가치’를 통해 가치지향적인 소비자들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묻는다. 혁신에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준비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이후 개인, 단체, 조직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는 강요가 아닌 선택의 문제란다.

포르체. 292쪽. 1만6800원.

▲ 페이스북은 내가 우울증인 걸 알고 있다 = 버나드 마·매트 위드 지음, 홍지수 옮김.

인공지능이 기후변화부터 암 치료까지 인류가 직면한 최대 난관을 해결할 구세주라는 과장된 주장과 정보를 걷어내고 인공지능이 오늘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기술의 실제를 말한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텐센트와 같은 거대 IT기업들은 물론 산업 분야를 불문한 스타트업 기업들과 전통적인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소개한다.

책 제목처럼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모니터하고 사용자가 우울증에 빠졌거나 자신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 단서를 찾아낸다. 일단 경고가 뜨면 개입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닌 해당 전문가 몫이 된다.

개입 방법은 사용자와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는 제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을 선호한다. 사용자의 ‘친구와 가족 네트워크’에 귀띔을 해주는 방안도 탐색했지만 이 방법은 사생활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유니레버는 사원 채용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180만건의 지원서류를 처리하는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면접 시간을 7만 시간이나 줄였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불합격자에 대해서도 비디오 면접 결과나 직무 적합성, 앞으로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등에 관해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 한 통 달랑 보낸 뒤 영영 연락이 없는 전통적 방식보다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봄빛서원. 340쪽. 1만8000원.

▲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 = 김진석 지음.

철학, 과학기술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조망해 강한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존재 조건과 그 상황을 다룬 책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정의와 요건은 그 자체가 방대한 논쟁 대상이 될 정도로 간단치 않은 문제지만 거칠게나마 ‘인간에 못지않은, 또는 그 이상의 인지 능력을 갖추고 인간 지능의 모든 국면을 포괄하는 인공지능’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이 도처에 있는 시대에 근대적 인간주의가 상징하는 ‘인간성’, ‘개인성’이 더는 유용하지 못한 가정에 지나지 않게 됐음을 논하고 잉여가 될 위험에 처한 인간 처지를 철학적 관점으로 탐구한다.

논의를 좀 더 심도 있게 진행하기 위해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역사적으로 개괄하고 그 특성이 인간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또 니체의 ‘더 전체적인 인간’, 루만의 ‘시스템 이론’,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캐서린 헤일스의 ‘포스트 휴먼 논의’ 등 다양한 분과 이론을 분석에 끌어들인다.

이 모든 분석과 논의를 거쳐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과 동맹을 맺는다면 인간은 자신을 강화하는 방향에 접어들 수 있겠지만 이렇게 강화한 시스템에 접속되고 연결되는 일은 동시에 인간을 더 잉여스럽게 만든다고 정리한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문제는 이제 점점 커질 것이고 인간이라는 익숙한 존재는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이 문제를 다룰 능력이 인간에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도전, 도전, 도전이 겹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글항아리. 472쪽. 1만9800원.

▲ 2020 빅 체인지 = KT경제경영연구소 지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갖춰진 모바일 인터넷 환경, 사물인터넷의 대두,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속성을 지닌 5G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인공지능 등 초연결사회의 실현을 앞당길 거대한 변화를 ‘빅 체인지’라는 키워드로 아우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관련 기업들의 투자 동향이라고 보고 로아컨설팅과 함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ICT 기업과 미국 통신 3사, 주요 스타트업의 최근 투자 움직임을 조사 분석했다.

그 결과 빅 체인지를 이끌어갈 양대 핵심 동력인 5G와 인공지능, 그리고 이 양대 기반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융합기술 18개 등 앞으로 10년간 초연결사회의 중심이 될 ICT 트렌드 20개를 선정해 소개한다.

한스미디어. 596쪽. 1만8500원.

▲ 고도에서 =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스릴러와 미스터리 거장 스티븐 킹이 이번엔 이례적으로 인간 존엄의 문제를 잔잔하게 다뤘다.

공상과학소설(SF)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대표작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했다고 한다.

몸무게가 점점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남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킹의 소설에서 “상냥함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주인공 남자의 이웃은 동성혼 부부다. 그는 이들과 사소한 문제로 갈등하다 편견에 상처받은 모습을 발견하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킹은 1974년 데뷔작 ‘캐리’로 명성을 쌓았고 이후 500여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황금가지. 204쪽. 1만2000원.

▲ 밤의 행방 = 안보윤 지음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안보윤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영계와의 매개체인 나뭇가지가 주인공 주혁 손에 들어오면서 그는 신통한 점쟁이 또는 영매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에게 돈을 들고 몰려들어 자신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런 사연을 통해 작가는 대형 참사와 비리, 아동 학대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선과 악, 윤리와 정의의 문제를 작가는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성찰한다.

안보윤은 2005년 ‘악어 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장편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받았고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장편 ‘사소한 문제들’, ‘알마의 숲’ 등을 펴냈다.

자음과모음. 248쪽. 1만3000원.

▲ 셰어 하우스 =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21세기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제에 올랐다.

밀레니얼 세대 인물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지키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랑을 찾고 새로운 형태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남자 친구와 헤어져 새 집을 알아보는 티피가 주인공이다. 야간에 일하는 남자 간호사와 셰어 하우스에서 ‘시차 동거’를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도 무례하게 집에까지 찾아오는 남자친구를 통해 데이트 폭력과 통제, 구속 등의 주제까지 아울러 다룬다. 문은실 옮김.

살림. 496쪽. 1만6000원.

▲ 출구는 없다 = 테일러 애덤스 지음, 김지선 옮김

위독한 어머니를 만나러 칠흑 같은 밤 눈길을 달려가는 여주인공. 설상가상으로 와이퍼가 고장 나고 바퀴는 헛돌아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작은 악마’라는 이름의 휴게소를 만나 대피한 주인공 다비 손은 안도한다.

그러나 더 큰 일은 지금부터다. 낡은 밴 안에서 묶인 채 피 흘리는 소녀를 발견한 그는 휴게소 안에 아동 납치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체구도 작은 미대 2학년 여대생은 어떻게 아이를 구해낼까. 김지선 옮김.

밝은세상. 416쪽. 1만5000원.

▲ 플러스섬 게임 = 이정은 지음

중견 작가 이정은이 새롭게 내놓은 자전적 성격의 장편 소설.

주인공도 직업이 소설가인 여성 박수희다. 가부장적 성격의 기업인인 남편과 가약을 맺지만 결혼 생활은 험난하다.

시어머니의 질투에 시달리고 중풍에 걸린 시아버지 병 시중을 하며 고생한다. 남편의 무심함은 괴로움을 더한다.

시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남편과 여행하고 골프를 함께 하며 비로소 사랑을 확인하지만 호사다마다. 췌장암이 생긴 남편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이정은은 1991년 ‘월간문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등단해 1994년 첫 소설집 ‘시선’을 출간했다. 장편 ‘너의 이름을 쓴다’, ‘매혹’, 소설집 ‘시선’, ‘피에타’ 등이 있다.

만우박영준문학상, 아시아황금사자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이다.

문학사상. 384쪽. 1만3800원.

▲ 기파 = 박해울 지음

올해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수상작이다.

향가 ‘찬기파랑가’와 공상과학소설(SF)을 접목 융합했다. 신라시대 화랑으로 알려진 ‘기파’가 해석에 따라 화랑이 아니라 의사 또는 승려로도 읽힐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추리 형식의 SF이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지만,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미래 사회. 이런 구조를 통해 다수자와 소수자의 갈등, 인간의 이중성과 진실의 왜곡을 드러낸다.

특히 ‘투명 인간’처럼 살아가는 안드로이드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 소수자 또는 하층민들의 삶을 투영한다.

허블. 224쪽. 1만2000원.

▲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 낸시 매클린 지음, 김승진 옮김.

미국 듀크 대학의 교수이며 역사학자인 저자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의 극우화를 이끈 비밀 네트워크의 실체를 추적해 파헤친다.

2010년대 초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으나 이와는 상반된 극우적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2011년 위스콘신 주는 노조 관련 법안 개정으로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협상권을 대부분 박탈했고 공화당이 지배하는 몇몇 주에서는 사립학교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반면 공립대학을 포함한 공립학교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며 텍사스주는 유통업체의 비닐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 통과를 저지했다.

41개 주에서 저소득층과 젊은 층,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노인층 투표를 제약하게 될 법안이 180건 이상 발의됐다. 2013년에는 ‘오바마 케어’ 예산을 깎기 위해 16일이나 정부를 셧다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저자는 이런 극우 움직임 배경으로 1986년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을 주목했다. 뷰캐넌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충돌하면 자유가 먼저”라고 했고 “우리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정치구조에서는 독재가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저자는 2013년 뷰캐넌 사망 후 그가 재직한 조지 메이슨 대학의 비공개 문서보관소의 방대한 자료를 조사한 결과 미국의 진보를 거꾸로 되돌리고 미국에 ‘과두적 지배체제’를 구축하려던 운동의 실체를 확인했으며 그 배후에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있음을 파악하게 됐다.

책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뷰캐넌과 의기투합한 코크는 우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나 앨런 그린스펀조차 시장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배격하며 오로지 뷰캐넌의 사상만을 신봉했다.

그리고 “뷰캐넌의 사상을 전파하는” 우익단체들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고 학계와 정치권에 구축한 영향력을 급진 우파가 지지하는 법안의 통과에 활용해 왔다.

코크의 네트워크에 현재 공화당 당직자보다 세 배나 많은 인력이 있다고 하니 지금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조짐들’은 바로 뷰캐넌의 설계와 코크의 자금이라는 커다란 흐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뷰캐넌과 코크가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 운동에 대해 “다른 이들의 삶에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에 대해서는 어떤 간섭도 들어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인구 집단을 병리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분할하려는 운동”에 불과하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세종. 524쪽. 1만9000원.

▲ 나쁜 교육 = 조너선 하이트·그레그 루키아노프 지음, 왕수민 옮김.

오늘날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의 양상에 ‘대단한 비진실’이 있다고 보고 이의 실체와 원인, 대책 등을 모색한다.

누군가의 어떤 발언으로 논란이 일어나면 SNS에서는 순식간에 군중이 몰려들어 서로 감정적인 설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어느덧 애초의 논쟁은 뒤로 물러난 채 ‘우리 대 그들’의 타협 없는 싸움으로 비화하는 일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흔한 현상이 돼 버렸다.

저자들이 이런 현상의 배경이라고 분석한 ‘대단한 비진실’은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유약함의 비진실),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다’(‘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라는 세 가지 잘못된 믿음이다.

저자들은 세 가지 ‘대단한 비진실’의 뿌리를 여섯 갈래로 분석한다. 정치적 양극화와 정당 간 적개심의 심화, 십대의 불안증과 우울증 수준의 증가, 안전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양육 방식, 아이들의 ‘자유 놀이’와 ‘리스크 감수 행동’ 감소, 캠퍼스 관료주의 성장, 정의에 대한 열정의 고조 등이다.

대책은 당연하게도 ‘비진실’의 반대를 향하는 것이다. 자녀들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게 준비시키고 감정적 추론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며 ‘우리 대 그들’을 넘어 사고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학교가 변화하도록 돕고 자녀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며 이런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아 전국 차원의 규범을 만들 것도 저자들은 제안한다.

저자 가운데 조너선 하이트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사회심리학자로 도덕의 기원과 작용 원리를 새로운 관점으로 파헤쳐 베스트 셀러가 된 ‘바른 마음’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레그 루키아노프는 표현의 자유 등을 규정한 ‘수정헌법 1조’ 전문 변호사이며 ‘개인의 교육권을 위한 재단(FIRE)’ 대표를 맡고 있다.

프시케의 숲. 572쪽. 2만4000원.    

▲ 은밀한 몸 =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우리 몸 은밀한 부위의 민망한 증세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다.

후각, 촉각, 시각, 청각 등 감각별로 분류한 여러 증상과 질환을 다룬다. 이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참고 견디며 침묵하다가 악화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는 문제들이다.

입냄새와 방귀냄새, 여러 신체 부위에서 뿜어내는 냄새들은 일반적으로 화제에 오를 주제는 아니지만 저자는 각 냄새의 근원을 설명하고 고약한 냄새를 제거 또는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또 남녀 생식기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과 문제도 언급한다. 가령 ‘오이를 이용해 질을 세정하는 방법’과 그것의 장점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저자는 이를 “완전한 엉터리”라고 일축하면서 “그곳에 뭔가를 넣고 싶다면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고 만일 잘못되면 즉시 응급실로 가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한다.

코골이는 함께 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천둥 같은 코 고는 소리가 호흡 정지와 함께 갑자기 중단되는 ‘수면무호흡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비시키고 이것이 다시 과도한 땀, 집중력 장애, 불임, 성욕 상실, 우울증, 과체중, 빈맥, 부정맥, 수명 단축 등을 야기한다. 자신에게 심한 코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수면전문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치과의사 그리고 때때로 신경학자, 수면 통합센터가 참여하는 종합적 진단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책은 이 밖에도 성생활과 관련된 여러 질환, 무좀, 손발톱 변형, 탈모, 비듬, 사마귀·뾰루지·반점, 혈관종, 닭살, 여드름 등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들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한다.

책 속표지에는 ‘19금’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가 지닌 각양각색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그림을 실었다. 그 부위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띠고 있으며 모두가 정상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독일 피부·비뇨기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혼자만 앓는 창피한 질병이란 없다. 그러니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감추지 말고 말하자”고 썼다.

북레시피. 412쪽. 1만8000원.

▲ 진보의 대안 = 로베르토 웅거 지음, 이병천·정준호 옮김.

2008년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 자유화, 유연화, 사유화, 작은 정부 등을 내세운 신자유주의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으나 ‘대안부재론’에 힘입어 여전히 건재하다.

이 책은 대안적 세계화와 국가적인 정책 대안 요구에 직면해 우리가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진보적인 대안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발전 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오늘날 좌파의 문제로 대안의 부재, 아이디어의 부재, 주체 부재, 위기감의 부재 등을 들면서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진보 대안 프로그램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높은 수준의 국내 저축을 확보해 국민경제 자율성을 위협하는 외부적 힘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 자원을 충분히 동원, 활용하고 저축과 생산적 투자의 연결을 긴밀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개인의 역량증진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정책, 특히 재능 있고 부지런하면서도 상속받는 것이 별로 없는 청춘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타고난 재능의 어쩔 수 없는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포용적 연대와 기회를 추구하는 더 큰 비전에 능력주의를 종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밖에 생산적 자원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권 강화, 현금 이전을 넘어 동료 시민을 돌보는 보편적 책임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 재구성, 정치에서 시민참여 수준을 항구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 수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브라질 출신의 저자는 1976년 29세에 미국 하버드대 종신재직권을 받았고 브라질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에 이어 브라질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룰라 정부에서 전략기획 장관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진보주의자다.

앨피. 224쪽. 1만4800원.

▲ 부분적인 연결들 = 메릴린 스트래선 지음, 차은정 옮김.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이끈 것으로 평가되는 저자의 1991년 출간작 ‘Partial Connections’를 번역했다.

인류학에서 ‘종합’과 ‘합산’을 강조하는 서구중심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다원주의는 여전히 ‘전체’를 상정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의 ‘전체 대 부분’의 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체로 회수되지 않는 부분 그 자체를 이야기하며 이를 지칭하는 말로 생물학 용어인 ‘부분할(meroblast)’에서 나온 ‘메로그래피(merography)’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저자는 “서구의 인류학자가 자신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기술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그와 동시에 타문화에 대해 ‘총체적인 기술’이라고 정의해온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이제는 머릿속에 있는 ‘전체’의 상을 버리고 각 부분 간의 관계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큰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21세기 들어 맹활약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등이 주창한 ‘존재론적 전회’의 시발을 알린 책으로 재평가되면서 2004년 신판으로 재간행되는 등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 원주민 우주론 등 비서구 철학을 기틀로 삼아 인류학을 서구 형이상학으로부터 해방하고자 제시한 실천이론인 ‘존재론적 전회’는 이제 인류학을 넘어 사회학, 비판이론, 유물론까지를 아우르는 하나의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판에는 ‘식인의 형이상학’으로 유명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아마존의 샤머니즘을 연구한 카를로스 파우스토와 저자의 대담을 함께 수록했다.

오월의봄. 368쪽. 2만2000원.

▲ 쿼드러플 오브젝트 = 그레이엄 하먼 지음, 주대중 옮김.

인간 중심주의의 맹점을 폭로하면서 그동안 철학의 중심에서 배제됐던 사물·대상·객체야말로 사유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철학이 객체를 다루는 방식은 객체의 근원적인 실재를 파고들어가는 ‘하부채굴(undermining)’과 객체의 성질을 한 다발로 묶어 그 성질을 곧바로 객체로 간주하는 ‘상부채굴(overmining)’로 분류된다면서 그 어느 것도 객체를 그 자체로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르틴 하이데거가 제안한 ‘사방세계(das Geviert)’의 개념을 진전 시켜 감각 객체와 실재 객체, 감각 성질과 실재 성질이란 네 극점이 시간(감각 객체-감각 성질), 공간(실재 객체-감각 성질), 본질(실재 객체-실재 성질), 형상(감각 객체-실재 성질)이라는 긴장을 산출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4종의 객체, 즉 ‘쿼드러플 오브젝트’는 객체가 막연히 주관적이거나 당연히 객관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과 접촉하는 동시에 물러나는 객체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저자는 “실재 객체란 모든 객체로부터 물러난 것이지 물질적인 중핵이 아니며 불이 목화를 태우는 것처럼 객체가 서로 관계를 맺을 때 여기에 꼭 인간이나 동물이 감지하는 것과 같은 감각은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현실문화. 280쪽. 1만8000원.

▲ 낯선 이웃 = 이재호 지음.

현역 기자인 저자가 ‘한국 사회의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12개 나라에서 한국에 온 난민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난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난민은 제삼 세계의 궁핍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하며 외세의 억압이 극심하거나 오랫동안 전쟁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온 이들이다.

한국 난민의 다수가 무슬림이라거나 일자리를 찾아 한국의 난민이 됐다는 시각은 잘못됐음을 실제 난민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또 난민들로 인해 범죄율이 높아진다거나 이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을 각종 통계와 실제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이데아. 328쪽. 1만7000원.    

▲ 우리는 코다입니다 =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지음.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영화감독 겸 작가,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3명의 코다가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은 세계를 오가며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삶은 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저자 이현화는 자신이 아기였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가 자는 동안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서로의 손과 발을 실로 묶고 나서야 잠들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 자신이나 엄마나 가정통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저자는 지금 한국수어-한국어 사전, 한국어-한국수어 사전 편찬을 꿈꾸고 있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결혼까지 생각했던 한국인 연인과 결별해야 했던 이길보라는 지금 일본인과 사귀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일본 상영을 계기로 양가 부모님들이 식사를 같이하게 돼 사실상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일본인 애인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코다 학생을 접한 적이 있어 일본 수화를 어느 정도 구사했다. 영어, 일본어, 한국수화, 일본수화가 오가는 복잡한 대화 끝에 애인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커서 좋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상견례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황지성의 아버지는 수어를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의 수단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기호’인 ‘홈사인’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발성인 ‘데프 보이스’가 고작이었다. 그와 가족들은 ‘농세계’에서조차 이방인이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도가니’ 사건 재판 때 흥분한 농인 피해자들이 내뱉는 ‘데프 보이스’를 다시 듣고서 이것 역시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임을 깨닫게 됐다.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국 농인 어머니와 미국 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코다 수경 이삭슨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한국수어와 영어, 미국수어를 익히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신을 “혼성적이며 뭔가 새롭고 그 자체로 완전한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털어놓는다.

교양인. 394쪽. 1만8000원.

▲ 청년들, 1980년대에 맞서다 = 권형택·김성환·임경석 지음.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 한국 민주화 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이 걸은 길을 정리한 기록이다.

광주항쟁의 열기와 비탄이 생생하게 남아있던 1983년 9월 30일 경찰의 감시와 방해 속에 강행된 출범식에서부터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투쟁, 녹화사업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 ‘민주화의 길’ 창간 등 공개 정치 투쟁의 과정과 김근태 의장이 구속돼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 대탄압 실태 등을 관련자 증언과 당시 기록 등을 통해 재구성했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열기의 대분출 시기 민청련의 역할과 1987년 대통령 선거 전후 정국과 민주화 운동 세력의 움직임, 민청련 집행부의 세대교체 등도 다뤘다.

민청련 주역들은 지난 2013년 9월 민청련 창립 30주년 행사를 계기로 민청련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책을 내기로 하고 편찬위원회를 꾸렸다.

2016년 자료 수집과 집필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민청련 회원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수정 제안이 있다면 검토하자는 차원에서 언론매체에 연재하기로 결정됐고 2017년부터 1년간 연재를 거치는 동안 댓글 등의 형태로 접수된 수정 제안과 반응을 반영해 책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민청련은 1992년 해소됐으나 이 책은 1988년까지의 활동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이후 4년간의 행적은 에필로그에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편집진은 1988년을 계기로 민청련은 ‘2기 체제’로 접어들게 되지만 새 세대 주축 가운데 일부가 사망하거나 집필 여건이 되지 않아 이 시기에 관한 서술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푸른역사. 468면. 2만1900원.

▲ 조선 직장인 열전 = 신동욱 지음.

500년 역사의 조선을 움직인 것은 한 국가를 책임진 왕과 그에게 고용된 여러 대신이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대신들은 왕에게 고용돼 녹(祿)을 받는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조선이라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았다.

‘왕’이라는 CEO를 모시며 직장동료들인 ‘대신’과 함께 ‘조선’이라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나간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겨줄까? 과거의 직업과 직위를 현대의 그것으로 환치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정도전, 황희, 맹사성, 허균, 유성룡, 이항복 등 위인 17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뚝심으로 밀어붙인 일들로 이들 위인의 삶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알아본다. 나아가 현재를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과 과거를 살았던 직장인 간의 대화를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하는 직장 생활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존경하는 위인들도 힘든 직장 생활을 이겨냈던 우리 선배라는 사실이 큰 위로를 준다”고 말한다.

국민출판. 312쪽. 1만5000원.

▲ 청백리 삼산 이태중 평전 = 이태복 지음.

조선 영조시대 청백리 삼산(三山) 이태중(李台重)의 청렴강직한 일대기를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그와 교류한 인물들의 시와 간찰 등을 통해 복원해냈다.

삼산은 명분과 대의에 맞지 않으면 죽음을 무릅쓰고 왕에게 간언했다. 절해고도로 쫓겨나거나 산간벽지에 갇히더라도 할 말은 했다. 공직을 생계 수단으로 여기지 않은 그는 오직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전력을 다했다.

무려 50여 차례에 걸친 청요직 임명에도 불응한 삼산은 “나는 그대를 귀하게 쓰려는데 왜 취임을 하지 않느냐”는 영조의 물음에 “벼슬에 뜻이 없다”며 사양하곤 했다.

흑산도, 의주, 갑산, 진도 등지로 6차례 유배를 간 그는 수재와 전염병이 창궐하던 황해도 백성을 구해달라는 왕의 간청에 곧바로 달려가 백성을 구제한 인물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저자는 “삶의 태도가 당당하고 올바른 삼산은 존경하고 닮과 싶은 인물이다”며 “청렴강직한 공직자의 태도를 본받자는 의미에서 이번 평전을 펴내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가 인물 평전으로 기록한 인물은 도산 안창호, 토정 이지함, 매헌 윤봉길에 이어 삼산이 네 번째다.

평전 출간을 계기로 ‘조선 영조시대와 청백리 삼산 이태중 학술회의’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저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동녘. 339쪽. 2만원.

▲ 2062 = 토비 월시 지음. 정병선 옮김.

2062년은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교수인 저자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AI 전문가 300여 명을 비롯해 각계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는 시점으로 잡은 해다.

그는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향후 40여 년 동안 인간적 가치는 물론 노동, 전쟁, 정치 등 인간 사회의 변화상을 전망하며 ‘똘똘한 기계’의 등장으로 인류가 새로운 진화의 국면을 맞아 어떻게 변신해갈지 고찰한다.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언어라는 강력한 도구를 매개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학습 능력을 무한한 키워가며 다른 종들을 제압하고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을 AI에게 넘겨주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저자는 AI와 경쟁에서 살아남는 미래 인류의 후예들을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라고 부른다. 이 호모 디지털리스는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해 컴퓨터처럼 코-러닝(co-learning)하며 전 세계 모든 언어는 물론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 세계의 최정상에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의식이 생명체에 고유한 기능이라면 디지털 기계에 접목되는 호모 디지털리스는 진정한 인간이 아니라 좀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호모 디지털리스는 삶의 고통이나 불확실성을 말끔히 제거하고 모든 것이 공정하고 정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영림카디널. 344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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