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대전 중리동에 위치한 고흥류씨 정려각

 

대전 대덕구 중리동 나즈막한 언덕배기에 작은 집이 있습니다. 단청이 곱게 입혀있지만 담장안에는 한칸 건물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정려각입니다.

고흥류씨 부인은 고려 공민왕 20년에 태어나서 지금의 대전 회덕에서 자란 진사 송극기와 결혼을 합니다. 벼슬을 하고있는 남편을 따라 개성에 살았는데 그만 진사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제 겨우 22살 되신 고흥류씨 부인은 재가하라는 친정의 권유를 뿌리치고 시댁이 있는 회덕으로 4살된 아이 손을 잡고 내려옵니다. 고흥류씨 부인은 지성으로 아이를 돌보고 시부모를 모셨습니다. 그렇게 자란 아들이 쌍청당 송유입니다. 지혜롭게 자란 아들은 관직에 나아갔다가 다시 고향 회덕으로 내려와 일가를 이루게 됩니다. 은진송씨에게는 중시조가 되는 어른입니다.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효종 4년에 송준길이 제안해 220여 명의 일가친척이 동의하고 80여 명의 선비들이 앞서서 이끌어갔다고 합니다. 관찰사의 보고서를 확인해 예조의 2차 조사가 있었고 정려가 내려집니다.
이렇게 집안의 어머니는 나라의 어머니가 됐습니다. 집안이 받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정려비입니다. 집안뿐 아니라 지역에는 대단한 자부심이 되는 건물이었습니다. 보기에는 작은 건물이었지만 조선 전반기에는 쉽게 내려지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후 현종대에 송준길이 짓고 송시열이 쓴 비석이 하나 든든하게 덧 세워집니다. 좋은 기운을 잘 지켜나가면 좋은 사람이 또 나타나는 법입니다.

빠르게 지나치는 행인들 속에 한칸 건물은 곱게 단풍이 지는 가을에 빛이 납니다. 40년을 넘게 살고도 이웃에 이런 건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스치듯 놓친 귀한 곳이 비단 고흥류씨 정려각뿐일까요? 대덕이 달리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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