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경제, 기부단체 불신 겹쳐 온정 갈수록 줄어
연탄은행도 '썰렁'… 1년간 기부 경험도 25.6% 불과

경기 불황과 기부단체 불신으로 개인의 기부 참여가 매년 감소하고 기업 기부도 한파 수준으로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외계층의 겨울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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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면서 최근 1년간 기부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시민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전국 1만 9000 표본 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약 3만 7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5일부터 30일까지 ‘2019년 사회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5.6%에 그쳤다.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2011년 36.4%, 2013년 34.6%, 2015년 29.9%, 2017년 26.7% 등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향후 기부 의향도 줄었다는 점이다. 향후 기부의향이 있는 사람은 39.9%로 2년 전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1년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6.1%로 역시 2013년 19.9%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1.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기부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14.9%)라는 답변은 2년 전(8.9%)보다 6%포인트 증가했다.

기업 기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406개 기업의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부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5.1% 감소한 3조 628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경기 불황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지출·집행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부 감소는 기부 쏠림 현상과 복지 사각지대로 귀결된다. 기부 지정이 되지 못한 시설이나 소외계층에게 가는 후원금은 줄어들고 지역마다 기부 지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 자원봉사자 감소도 문제다. 손이 많은 연탄배달 봉사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대전YWCA 등 소수의 인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기부단체 입장에서는 뼈아픈 어려움이다.

2005년부터 소외계층에게 연탄을 공급해온 대전연탄은행의 경우 찬바람이 불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지만 후원금과 자원봉사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연탄은행의 경우 2017년 나눔을 진행한 연탄 개수는 약 18만 장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4만 장이 줄었고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더욱 줄어 연탄은행 곳간은 목표치의 절반 밖에 채워지지 못 했다. 대전연탄은행 신원규 목사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기부 불신 등으로 기업과 개인 후원이 모두 줄고있다”며 “지난달까지 자원봉사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우선 기부단체와 기부금 사용처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사회복지사업 관계자는 “기부문화는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잘못 사용되는 일부 사례가 전체 기부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후원단체는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기부자도 기부금 운용에 대한 모니터링에 적극 참여한다면 기부문화에 대한 불신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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