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거북'(유설화)을 읽고

 

'토끼와 거북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이다. 느린 것의 대명사 거북이와 빠른 것의 대명사 토끼의 달리기 경주에서 토끼의 거만함으로 인해 성실한 거북이가 승리했다는 내용. 이 책은 그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라며 ‘슈퍼 거북’이라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거북이 꾸물이는 '빨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던 꾸물이는 오로지 빠른 것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수많은 다짐과 연습, 연구를 통해 비로소 달리는 기차보다도 빠른 거북이가 된다. 꾸물이의 명성은 더욱 높아지지만, 정작 꾸물이 자신은 얼굴에 웃음을 찾아볼 수 없이 피폐해져 있었다. 주변의 인정은 얻었지만 자신의 행복은 잃은 것이다. 이후 토끼가 경주로 재대결을 신청해 어쩔 수 없이 참가하게 된 꾸물이는 경주 초반에 토끼보다 한참 앞서가다 너무 피곤해 도중에 쉬게 되고, 토끼가 결승전에 들어간 후 깸으로써 대결에서 패배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처럼 토끼가 했던 실수를 거북이 꾸물이가 똑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꾸물이는 ‘실수’가 아니었다. 정말 자신을 위한, 꾸물이에게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비록 꾸물이의 휴식으로 인한 패배로 한순간에 ‘슈퍼 거북’이라는 명성을 잃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적 명예와 자신의 행복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물론 둘 다 선택할 수도 있고, 명예를 얻으면 행복이 동반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꾸물이처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행복을 잃게 되는 경우라면 둘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슈퍼 거북'의 저자는 결론을 통해 꾸물이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빠른 것’만을 추구하며 반복했던 것을 벗어 던지고 자신에게 맞고, 가장 좋아하는 ‘느린 것’을 누릴 수 있게 될 때, 행복해지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사회의 시선과 기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장은 가장 좋아 보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나다운 것’을 이루어낼 때 행복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서신미 <한남대 문헌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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