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대흥동성당에서 50년간 종지기로 봉직해 온 조정형(세례명 프란치스코) 씨. 사진=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대전 대흥동성당 종지기셨던 방지거(프란치스코) 아저씨를 드디어 만나뵙게 됐습니다. 무려 23살부터 시작한 종지기 생활은 50년이 지난 73세에 마무리됐습니다. 올해로 100번째 생일이 되는 대흥동성당의 반을 지켜오셨습니다. 그렇게

2019년 9월을 끝으로 조용히 줄을 놓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같은 일을 50년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성당에 살고 계신다는 어르신은 약속에 맞춰 나오셨습니다. 머리가 하얗고 허리는 살짝 굽어 있었습니다. 조금은 어눌하지만 천천히 지난 50년을 순한 눈으로 설명해주시네요.
“이제는 종을 기계가 쳐줘요. 그 소리가 참 시끄럽다고 사람들이 싫다고 했대요. 나쁜소리가 난다고 외국사람도 막 전화 걸어서 혼내고 그랬대요. 내가 할 땐 암말 없는데. 지금 그런대요.”

맞습니다. 참 예쁜 12시, 7시 종이었습니다. 내 기억에도 또렷합니다. 12시에 밥 먹으라고 오후 7시에 집에 가라고 종을 쳐 주셨습니다.

방지거 아저씨는 종소리가 변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시는 모양입니다. 저도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50년이 순식간에 지나갔겠지요?

성당은 아저씨가 앉아서 쉬던 의자를 그 자리에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의자 위에 글이 남아있네요. 아마도 마지막 현직에 계실 때 말이었겠지요.

“글쎄 어떤지 뭐라 그냥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이제 줄하고 저는 없어지겠지요.”

아저씨를 따라 5층 높이의 계단 끝 종루에 올라보니 70대 노인에게는 이제 무리일 것 같았습니다. 50년간 저녁 약속 한번 잡은 적이 없다는 아저씨는 이제 뭐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실까 궁금했습니다.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여행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종은 안 치지만 성당을 깨끗히 청소하고 주차하는 차들도 봐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거대하고 대단한 것만을 찾던 나같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쳐준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잔잔한 서글픔을 어찌 설명하지 못하고 또 질질짰습니다. 불현듯 점심 한 끼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드셨다면서 조용히 숙소로 들어가셨습니다. 3년 전 떠난 아내가 많이 그립지만 천국에서 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준비도 못하고 있는 나의 허세를 찌르며 나는 그만 입을 앙 다물었습니다. 일에는 큰 일 작은 일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면 멋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짧은 인생 나는 무엇을 하느라 이렇게 분주한 걸까요? 올해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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