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형평성 논란, 문 대통령 "핵심은 처벌 아닌 사고예방"

스쿨존 사고방지 캠페인(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7일 공포됐다.

17일 오전 청와대 여민 1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식이법 공포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공포된다"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민식이와 하준이가 남긴 법안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예방 장치가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며 "교통안전을 대폭 강화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법안의 과잉처벌 논란과 관련해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스쿨존이 늘어난 만큼 운전자들이 미리 스쿨존을 인지하고, 예방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스쿨존을 특별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와 협력하여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등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는 어린이안전 법안도 하루 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앞서 어린이생명안전법인 일명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등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총 239개 안건 가운데 두 법을 포함한 16건의 안건만 상정 후 처리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11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9) 군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당시 사고 현장이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사고 뒤 며칠이 지나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을 강화해 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으며, 사고 한 달쯤 뒤인 10월 13일과 15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낸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등의 개정안을 묶은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넘겨졌으나,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여야대립 속에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미뤄졌다. 이어 지난달 19일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지목된 민식 군 부모는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게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많이 안타까워하실 것 같다. 국회와 협력해 빠르게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여야도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법을 통과시키기로 했으며 법안이 발의된 지 30여 일, 대통령 답변이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달 21일 마침내 국회 첫 문턱을 넘게 됐다.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8일 만인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식이법'을 의결했지만, 정기국회를 11일 남겨놓은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포함한 200개 안팎 안건 전체에 대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정기국회가 중단되며 또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민식이법'은 우여곡절 끝에 발의 두 달만인 지난 10일에야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는 통과되지 못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등 아직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은 20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된다면 자동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본회의 통과된 '민식이법'(사진=연합뉴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으로 이뤄져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식이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재석 227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된 '민식이법'의 반대자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으로 밝혀졌다. 또 홍철호 의원 역시 처음에는 찬성표을 던졌으나 이후 반대로 수정하며 강 의원에 이어 두 번째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됐다.

강 의원과 홍 의원은 '민식이법'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형량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다른 법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형벌 비례성 원칙'을 들어 특가법 개정안에 반대했다고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밝혔다. 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얼마 전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에서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부과하도록 했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런 중대 고의성 범죄와 '민식이법'의 처벌 형량이 같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강 의원은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자는 입법 취지에 대해선 십분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에 견주어 너무 지나치게 형량을 높이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우리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도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의원은 "스쿨존에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스쿨존에서 안 벌어지리란 법이 없는데, 특가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중처벌을 받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의 모든 법에서 더 가혹한 제재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스쿨존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법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한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교통사고로 사망을 일으킨 과실이 사실상 살인행위와 비슷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강도 등 중범죄의 형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식 군 아버지는 법안이 처리된 후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다치거나 죽는 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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