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우(대전노은중 1학년)

그리스와 터키, 이집트에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결정된 후 내가 가장 기대한 것은 피라미드 같은 멋진 유적지였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와 보니 내 마음속에 가장 깊이 저장된 것은 하늘이었다. 하늘은 언제나 나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날 포근하게 품어주는 존재이며 내가 닮고 싶은 존재였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하늘은 쳐다보기만 해도 폐에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아파트 빌딩들로 가로막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매일 다니던 길에서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내 마음 탓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초에 보던 하늘보다 훨씬 흐리고 비좁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공기가 정말 좋다는 주변의 말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 그리스에 도착해서 본 하늘은 정말 끝없이 펼쳐진 것 같았다. 그리스는 지진이 잦아 고층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끝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나를 집어삼킬 듯이 다가왔다. 그 중 제일은 파르테논 신전에서 본 하늘이었다. 신전이 자연의 일부처럼 하늘에 녹아드는 듯했다. 그만큼 자연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멋졌다. 이집트 하늘은 모래먼지로 인해 맑은 느낌은 아니었다. 대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관람할 때 내가 직접 그 역사의 흔적을 함께한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끊이지 않고 펼쳐진 이집트의 하늘은 광활한 사막에서 평면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후루가다에서 머물 때 마주친 홍해의 하늘은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노을이었다. 그 노을은 인위적으로는 절대 재현해낼 수 없는 빛이었다. 그 풍경은 사진으로도 온전히 담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머무른 터키에선 항상 하늘이 맑지가 않았다. 날씨 특성상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았다. 그래도 하늘이 맑은 날에는 숨을 깊이 들이쉬면 가슴이 파란색으로 가득 차올라 물드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매우 다양한 하늘을 보았다. 저녁 노을로 물드는 하늘, 바다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새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하늘, 모래먼지가 부는 하늘 등등 무궁무진하다. 한국에서는 절대 보지 못했을 해 뜨는 모습도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여행에서 내 마음에 가장 생생히 남는 것은 이런 하늘이 될 것 같다. 유적지나 박물관을 관람할 때면 내가 가득 차는 기분이다. 그런데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나를 비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채우기 위해서는 가끔씩 나를 비워낼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하늘처럼 한없이 넓고 푸른 저 하늘을 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이 여행에서 그리스,이집트 그리고 터키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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