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자 완치율 80% 넘는데
병원 떠나 학교 가도 걱정 태산

#. 최근 항암치료를 끝낸 초등학생 강 모(대전 중구) 군은 걱정이 태산이다. 치료받는 동안은 어서 빨리 병원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막상 학교로 복귀하자니 적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괴롭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친구도 없다”며 “가끔 내 눈(사시)이 신기하다고 말을 걸거나 왜 머리카락이 없냐고 물어보는 것 빼고는 대화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엄마는 괜찮을 거라 했는데 잘 모르겠다. 오히려 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쓰는 애들이랑 노는 게 훨씬 재밌었다”고 씁쓸해했다.

소아암 완치율이 8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아암 환자들의 걱정거리는 해소되질 않는다. 그간 집 같았던 병원을 떠나 한 발 더 나아갈 희망을 품고 사회에 복귀했으나 투병 동안 멀어져 있었던 사회와 사람들과의 괴리감으로 적응이 어려워서다.

먼저 다가오기엔 ‘소아암’이라는 병명이 어렵고 낯선 다른 아이들, 먼저 다가가기엔 인생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환자 자신은 소외됨이 두려워 서로 섞여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치료를 끝냈음에도 돌아온 학교와 가정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힘들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소아암환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평균적으로 하루 4명, 해마다 약 15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아암 진단을 받고 있고 소아암의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약 13~14명으로 전체 암 환자의 약 1%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심사 결정 자료를 이용한 ‘소아암’의 전체 진료현황 분석결과, 진료인원은 지난 2010년 1만 2206명에서 2014년 약 1만 3775명으로 12.9% 증가했다. 5년 새 1569명이 는 것이다. 소아암의 총 진료비는 같은 기간 약 831억 원에서 약 877억 원으로 5.4% 증가했다.

그러나 발병 판정 이후 5년간 살아있는 완치자 또한 늘었다. 지난 2016년에는 처음으로 52.7%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아픈 사람도 많지만 완치하는 사람도 많다. 기쁜 일이지만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체계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투병 중이라도 사회와의 연결을 단절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대전 내 한 상급종합병원 정신의학과 의사 A 씨는 “소아암에 걸렸다고 해도 결국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 아프다는 이유로, 두렵다는 이유로 도태되면 암이 완치됐을 때도 문제가 된다”며 “아이의 병실로 또래 친구를 데려오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친구, 그 친구의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아이를,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는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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