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토닥토닥 대표

 

대전시 출생아 수가 최근 3년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대전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국 평균(0.88명)보다도 낮았다. 대전의 합계출산율은 1명 아래인 것이다. 지금 대전의 상황은 생명이 태어나기 어려운 사회환경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저출산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아니 달리 물어보겠다. ‘대전시는 새로운 생명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근 저출산이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을 볼 때 대전시나 대한민국이 세운 대책은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대책을 세워 추진해왔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153조 원이다. 여기에다 대전시도 나름의 대책을 세워 추진해 왔다. 그동안 진행된 정책과 예산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생색내기에 가까웠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출산·양육의 문제가 사회시스템의 문제인데 사회시스템의 변화나 새로운 구축은 보이지 않는다. 또 저출산의 심각성은 말로는 넘치게 얘기하지만 극복하려는 태도는 형식적이다. 그저 1도 안 되는 출산율은 여전히 숫자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족의 양육부담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인정하지만, 양육자 중심으로만 원인을 찾아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방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여러 대책과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실효성이 없는 것은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가족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사회시스템 문제로는 보지 못한 부분이 크다. 국가가 얼마를 주면 아이를 낳고 양육할 것이냐는 방식보단 출산했을 때 따르는 가족의 부담을 사회가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출산·양육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을 출산했을 경우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병원도 없고 의무교육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오로지 가족이 알아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라면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아이를 낳기는 어렵다. 최근 10년간 조산이나 노산으로 장애의 위험이 큰 미숙아나 저체중아 출산이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출산의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저출산의 문제를 숫자로 보지 말고 생명으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에서 돈의 숫자만 보인 것은 생명의 출산과 양육을 단순히 도구적으로 경제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시각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건립 초반부터 병상수 축소, 비현실적인 건립비 책정, 운영비 지원 불확실 등 돈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이유에 대해 이용자가 성인이 아닌 아동이고 아동 중에서도 장애아동이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보건복지부나 대전시가 대한민국에 단 한 곳도 없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는 데도 아이의 생명보다 먼저 돈 걱정을 하고, 장애아동의 치료 수요나 그 가족의 구체적 상황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생명 문제를 저출산과 별개로 보고 형식적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신뢰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고 하면, 그는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다 남겨 두고서 길을 잃은 그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성경 마태복음 18장 12절) 위 성경내용과 달리 목자가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모른 척 한다면, 아흔아홉 마리의 양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양들은 당장 자신의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자신도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생길 것이고 그들은 서서히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미 출산과 양육의 공포가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대전시와 정부는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심정으로 단 하나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와 출산·양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최선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형식적 행정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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