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최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서 매우 특별한 음악이 선보였다. 지휘자 고영일이 이끄는 대전예당 청년오케스트라(DJAC)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무대였다. 공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모차르트 마지막 피아노협주곡 27번이라는 클래식음악의 핵심을 차지하는 고전시기 음악이 연주됐다.

공연의 핵심은 2017년 창단 이후 3년째 되는 DJAC의 역량을 평가함과 동시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표현하는 모차르트 음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받쳐주는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렇기에 기대도 컸지만 얼마간의 우려를 안고 음악회가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대전의 청년예술가를 지원하고 클래식음악을 활성화하려는 차원에서 조직된 DJAC의 발전상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베토벤 교향곡 3번의 범상치 않은 표현력이나 모차르트 협주곡이 지닌 지극히 세련되고 섬세한 감정을 피아니스트와 맞추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5번 운명, 9번 합창 교향곡과 더불어 베토벤 교향곡이 지닌 위대함을 최초로 만천하에 드러낸 작품이다. 1악장 시작 첫 소절에서부터 전율이 느껴지는 화음의 두터운 울림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이어지는 현악기의 역동적인 흐름은 굳이 제목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힘이 넘쳐 범상치 않은 울림을 쏟아낸다.

장송행진곡으로 알려진 2악장의 느린 아다지오에서조차 부점 리듬의 엄정함과 간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듬 그 자체의 흐름은 불굴의 역경을 이겨나가는 영웅의 최후를 그리는 듯하다. 이어지는 3악장의 주제선율을 그리는 다채로운 관악기 음색과 현의 하모니, 마지막 4악장에서 별이 폭풍처럼 쏟아지는 음향과 정교하게 주고받는 선율의 흐름 등 교향곡 3번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아쉽게도 DJAC는 젊고 생기있는 청년들이 지닌 강점을 살리기보다 다소 무겁고 경직된 울림으로 교향곡 영웅이 지닌 다양한 풍모를 온전히 그려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느린 편이었는데 그렇더라도 단원 한 명 한 명이 영웅 교향곡을 열정적으로 표현했으면 아마도 관객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더구나 모차르트 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들려준 음색과 DJAC의 음색은 그 음악 결이 너무 상이해 베토벤 반주와 모차르트 피아노 독주를 합친 것 같은 부조화가 두드러졌다.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기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대전예당 DJAC가 정열과 생동감이 넘치는 역동적인 연주를 보여준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기초 위에 일취월장 발전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기술적인 테크닉보다 오히려 청년 오케스트라를 향한 자긍심과 열정적인 마음, 그리고 편안하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미래에 새롭게 변모할 DJAC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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