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엽(대전노은중 2학년)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멀리서도 작게 보이지만 위엄을 자랑했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여행 일정에서 가장 기대된 장소라 부푼 마음을 안고 신전을 향해 버스를 타고 소크라테스가 갇혀있던 감옥을 걸어 지나갔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이었다. 원래는 지붕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조 금더 걸어가면 승리의 여신, 니케의 신전을 지나게 된다. 니케는 제우스를 도와 티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아테네의 놀이 동무였다고 한다.

승리가 다른데로 가지 못하게 하려 해 날개가 짤렸다 하는데 능력이 좋아 불쌍한 신이다. 그 다음 만난 신전은 에렉테이온 신전이다. 이곳에선 에렉테이온 등 서로 다른 신을 제사하는 3전을 합해 만들었고 아름다운 여신상주가 특징이다.

그리고 드디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하이라이트 파르테논 신전에 갔다. 오랜 세월을 버텼다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고 있다. 몇개 남지 않은 조각들도 섬세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B.C. 432년에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동원해 완성했는데 완성까지 16년이 걸렸다. 또 도리스 양식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파르테논 신전은 직선과 평면으로 보이지만 사실 곡선과 곡면으로 이뤄져 있고 착시현상을 이용해 바르고 균일하게 보이도록 설계한 재미있는 건축물이다.

살짝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현재 파르테논 신전이 보수 공사 중이라 철제 구조물이 많아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움이 살짝 가려지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리스 인들은 2년에 기둥 1개를 올릴 정도로 보수공사를 섬세하게, 또 열심히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들의 열정으로 완성될 아름다운 파르테논 신전에 대한 기대가 느껴져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느낌까지 받게됐다. 신전에서 내려다 본 아테네의 풍경은 또 얼마나 멋있는지 마음이 탁 트이고 마치 신이 돼 내려다 보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그곳에서의 풍경은 아마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아크로폴리스 관광을 마치고 나는 뭔가 더욱 가득찬, 더 성장한 듯한 느낌의 마음을 품고 내려올 수 있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는 반대로 이번 여행중 가장 기대가 되지 않았던 장소 중 하나는 의외일 수도 있지만 피라미드였다. 

나는 피라미드에 대한 환상을 하나 가지고 있다. ‘광할한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드러나는 피라미드’라는 환상. 그러나 이런 환상은 곧 깨졌다. 사진에서 본 피라미드는 도시, 주차장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망감이 컸다. 이런 세계적인 유적지가 바로 도시옆에 있다니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이런 마음을 품고 도착한 피라미드는 나의 실망을 완전히 깨버렸다. 멀리서 부터 보이는, 멀리서도 높아보이는 피라미드는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도착을 하고 나서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꼭대기에 해가 걸려 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높이 올려 봐야하는 피라미드는 매우 놀라웠다. 아주 오랜 시간 전에 과학적인 기술로 만들어 긴 시간을 버텼다는 피라미드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니 왜 실망을 안고 왔는지 후회가 됐다.

충분히 기대를 하고 왔어도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 광경이었다. 피라미드 관광을 마치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입장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궁궐인 경복궁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그러니 피라미드에 대해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갔던 피라미드는 B.C. 2560년에 만들어진 쿠푸왕의 피라미드로 기자 지역에 있는 세개의 피라미드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 중 가장 큰 피라미드이다. 높이는 147m , 밑변은 230m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개당 약 15톤 정도 되는 벽돌로 층계형으로 만들어졌다. 몇 명의 이집트 학자들은 꼭대기 부분이 도금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각각 2500년, 45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굳건히 버틴 파르테논 신전과 피라미드는 내게 엄청난 놀라움을 줬고 그 건축물 앞에 서있던 나는 매우 작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오랜 세월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4500년이라는 세월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대부분의 아름다운 조각들이 영국에 가서 반환받지 못하고 있고 우리가 갔던 곳은 아니지만 다른 영상에서 보았던 피라미드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매우 더러운 모습이었다. 역사를 바로 알고 사랑해 고대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후대로 계속 물려주는 것이 오랜세월을 견뎌 온 파르테논과 피라미드 앞에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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