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채홍(대전노은중 2학년)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폴란드는 명실상부한 유럽의 정중앙이였다. 폴란드에는 수많은 음악가가 살고 있었다. 그중 블라덱스필만은 피아니스트였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피아노의 시인 쇼팽을 가장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였다.

수필가는 유태인이였다. 나치는 첫 번째 명령으로 유태인을 게토라는 지역에 가뒀다. 그리고는 순차적으로 아우슈비츠로 끌고 가 끝내는 죽였다. 그러나 폴란드 시민들은 블락덱스필만을 잃을 수 없었다. 전쟁 중이였으나 신의 경지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를 잃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사람들은 비밀조직을 활용해 스필만을 보호했다. 처음에는 빈 집에 숨어있었고 주기적으로 먹을 것을 주어먹었다.

그러나 곧 은신처는 노출됐고 또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긴급히 은신처를 다시 찾게 됐다. 주소 하나만 들어선 집은 다름아닌 본인의 첫사랑의 집이었다. 첼리스트였던 그녀는 결혼을 했고 임신 중이었다. 일주일 두 끼도 먹기 힘들었던 스필만은 첼로 소리를 들으며 수프와 빵을 허겁지겁 주어먹었다. 그러나 전쟁은 더욱 심각해졌다. 스필만은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완벽히 폐허로 변한 폴란드 어디에도 쉴 곳은 없었지만 그는 피아노가 있는 빈 집에 들어선다.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고 겨우 깡통 하나를 구하게 되는데 그 깡통을 까기 위해서 ‘쨍깡쨍깡’ 소리를 내다가 어느 독일인 장교를 만나게 된다. 나는 스필만의 약 4년간 도피생활을 보면서 ‘첫 순간에 죽었으면 차라리 편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인 장군에게 겨우 호박 통조림을 따다가 전쟁을 얼마 안남기고 잡혔을 때는 내가 화가 났다. 장교는 스필만이 피아니스트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주 한번 해보라고 권하게 된다.

미라처럼 말랐고, 씻지도 못했고 더러운 옷을 입은 스필만은 어쩌면 그의 인생 마지막 연주를 시작한다. 입에서는 김이 피어 오를만큼 추운 겨울 밤에 스필만은 쇼팽의 야산곡 작품번호 20번을 연주한다. 하필 그 곡은 쇼팽이 죽기 직전 남긴 유작이었다. 대부분의 유작이 그렇듯 야산곡 20번은 장중하면서도 너무나 슬픈 곡이다. 스필만은 마치 그 곳이 연주회장인 것처럼 두려운 연주를 마치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 현장에 같이 있는 것처럼 전율이 느껴졌다. 독일인 장교는 사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밤 시간을 이용해 빈 집에 찾아왔던 것이었다. 아무리 유태인이라도 저 정도 연주 실력을 갖고 있는 예술가라면 살려야한다 판단했고 그 때부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지원해줬다. 곧 러시아에 의해 폴란드는 해방됐고 스필만은 연주자로 돌아갔다. 모든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스필만의 연주는 이전보다 더욱 구슬프고 진실됐다.

폴란드는 전쟁을 마치고 난 후 스필만의 연주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자신을 도와준 독일인 장교가 호센펠트였던 것을 알고난 후 감사를 표하고 싶었지만 호센펠트는 이미 죽은 뒤였다. 영화는 참 사람을 감동시킨다. 생각도 없이 봤던 나랑 전혀 관련없는 영화를 이렇게 만나 하루종일 생각이 많았다. 예술은 전쟁도 이기고 적군의 마음도 녹인다. 심지어 나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음악이 가득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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