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탓 스킨십 꺼리는 유권자, 속타는 예비후보
악수도 꺼리는 분위기, 선거사무소 개소식 연기도

4·15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대전지역 A 예비후보는 2월 초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세몰이를 할 계획이었다. 정치신인인 A 예비후보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북콘서를를 열까 고심했지만,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 개최 규제 시한(선거일 D-90일)이 훌쩍 지난 버린 탓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우한 폐렴’이란 돌발변수가 튀어나오며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보건당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소식을 강행할 수도 있겠지만, 괜히 구설에 오르고 지탄을 받을 수 있어 난감하다.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연상케 하는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해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부지런히 표밭을 갈아야 할 예비후보들이 비상에 걸렸다.

유증상자의 침·콧물이 재채기·기침 등으로 타인에게 미쳤을 때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중이 밀집한 공간을 피하려는 경향과 신체 접촉을 꺼리는 탓에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이 절실한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예정했던 행사를 갑작스럽게 연기하는 예비후보들이 적지 않고, 거물급 정치인을 초청해 세 과시를 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명 인사를 보러 많은 지역민들이 몰렸다가 ‘선거에만 몰두해 감염 예방 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몰지각한 정치꾼’으로 낙인찍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자칫 우한 폐렴 사태가 장가화되면 ‘조용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고, 현역 의원들과 기성 정치인들보다는 인지도를 높여야 할 정치신인들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전의 B 예비후보는 “여기저기 찾아 봬야 하는데 우한 폐렴 공포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무턱대고 다중이 모여있는 공간에 들어서기가 멋쩍어진다”며 “길에서 악수를 나누는 것도 꺼리시는 주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선거운동과 관련한 행동준칙을 각 예비후보들에게 시달하기로 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는 등 예비후보들의 개별적인 움직임이 잇따르자 중앙당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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