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주(시인·한남대 초빙교수)

온 천지가
눈물 한 섬씩 받아
몸 씻은 날
산봉우리마다 피어나는
붉은 눈물 자국
실컷 울고 난 하늘
한결 깊어지고
붉맑게 흐르는 금강은
가슴과 가슴에
시린 눈물 한 사발씩 건네며
마을을 지나 바다로 간다
우리는
눈물이 많은 짐승이라서
기쁨도 눈물로 풀고
슬픔도 눈물로 푼다
금강의 굵은 눈물 한 줄기는
강물이 되어 끝끝내
바다에 닿는다
 

성은주 시인(한남대 초빙교수)

올 겨울은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때가 많다. 비 올 때 발밑 질척거리는 흙탕물은 성가심으로 다가오지만, 비 온 뒤 세상은 더욱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미세먼지도 씻기고, 강물도 힘차게 흐른다. 빗물을 축축하게 뒤집어 쓴 건물이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을 본다는 건 방금 청소를 끝내고 땀 흘리는 청년을 마주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눈물 흘리는 일은 비 온 뒤 개운함과 닮았다. 삶 속 눈물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네 인생과 함께 흐르는 강물이다. 어떤 경우라도 눈물 흘리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속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다.

최근 눈물 흘렸던 적이 언제였던가. 눈물을 인간이 만드는 강물이라 부를 수 있어서일까. 흐르는 강물 앞에 다가설 때, 우리 마음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사람은 시내에 위치하지만 강물을 바라보고 바다를 꿈꾸며 산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강물이 다가와 슬픔의 눈물을 강요하는 것이 삶일 테다. 그러나 그 눈물의 끝을 견디면 언젠가 바다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기쁨의 예감이 인간을 살린다. 우리는 눈물의 의미와 가치를 오늘도 새로이 배운다. <성은주 시인·한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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