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기자

설 명절을 전후한 즈음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두순방이다. 연두순방 또는 연두순시가 ‘시민과의 대화’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그 형식이나 내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자체장들의 고리타분한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보다 더 좋은 자기자랑, 치적자랑의 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섭 공주시장의 연두순방 즉 시민과의 대화가 지난 29일 마무리 됐다. 공주시는 16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1800여 명의 시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청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의사항 대부분은 소위 동네민원이다. 물론 시 전체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제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다. 올해 또한 408건의 건의사항 중 126건이 마을안길 확포장, 농로포장, 하천정비 등 동네 건설민원이고, 비슷한 사안의 도로교통 민원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동네민원 들어주러 연두순방에 나선 셈으로, 실질적인 시민과의 대화로 보기 어렵다. 또 지난해 시정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도 마련되는 만큼 표심을 의식한 순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유달리 소통을 강조하는 김 시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손쉽게 소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실과 실질은 차치하고라도.

특별한 이슈나 현안도 없이 그저 그런 보도자료 수준의 정례브리핑이 비판을 받는 것처럼 지금 김 시장의 연두순방도 타성에 젖어있다. 그것도 연초와 연중 일 년에 두 번 씩이나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임기 말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발언도 경계의 대상이다.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자리라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보여주기식’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행화된 방문을 지양하고, 정형화된 방식에서 탈피해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동네민원은 서면으로 대체하고 시 전체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이장을 비롯한 동네유지들 중심에서 탈피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

순방 대신 현안별 지역간담회 수시 개최, 노인과 청년 그리고 다문화가정 등 각계각층별 수시 간담회 개최, 취약지역에 대한 수시 방문 등도 하나의 방법이다. 찾아가는 민원실 활용과 오지마을 순회사랑방, 경찰과 소방 등 타 기관 연계 순방 등도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연두순방이 외려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장을 비롯한 소위 ‘영감’들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차량을 통제하면서 주변 상권까지 마비시키는 일은 없어야겠다.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시민과의 대화는 꼭 필요하다. ‘연두순방’에서 ‘시민과의 대화’로 간판만 바꿔달 것이 아니라 그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보여주기식의 천편일률적인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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