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2005년 1월쯤으로 기억합니다. 아가를 낳은 지 두 달이 안 되었을 즈음이었는데 성심당에 불이 났다고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게 뭐라고 전화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듣고 충격에 빠진 내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춥고 아가는 어려서 맘이 불안한 겨울이었는데 성심당에 나쁜 소식이 들리니 눈물이 철철 났습니다. 내가 사장 딸도 아니고 어쩌면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빵도 잘 안 먹습니다. 얼마나 탔냐고 물으니 지금 시내가 난리났다고 했습니다.

오후가 돼 겨우 불길이 잡혔다는데 옆 건물 외벽 전기합선으로 3층 공장부터 불이 붙어서 전소에 가깝게 탔다고 했습니다. 성심당이 불탔다는 소식은 나에게 어린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긴 느낌이었습니다. 허탈했습니다. 이제 시내 가도 갈 곳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며 위장이 인절미로 꽉 막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났습니다. 아니 6일 만에 성심당이 다시 빵을 만들어 문을 일부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더 웃긴 건 빵사는 줄이 길어서 새벽밥 먹고 나가야 빵이라도 하나 사들고 온다고 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니 직원들이 수소문해서 중고 기계를 사들이고 대전시민들은 뭐라도 도움줄 게 없냐고 불탄 매장에 끝없이 찾아오더니 하나 살 걸 두 개, 세 개씩 샀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성심당은 일어섰고 성심당을 잃어버릴 뻔한 대전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빵을 먹었습니다. 나도 백일도 안 된 아가를 안고 성심당을 찾아갔었습니다. 불이 나고 나서 빵 사이즈를 늘렸다는 성심당입니다. 하나 먹어도 든든하라고 사이즈를 키웠답니다.

커가는 청소년들은 그 빵 하나에 배부를 리가 없습니다. 그러자 너댓명이 먹어도 배가 부른 맘모스 빵이 나왔다는 빵집입니다. 그래서 그 맛있는 빵이 그렇게 가성비가 좋았군요. 또 맘모스 빵에 울컥했습니다.

대전의 성심당은 어쩌면 이제 대전의 다른 이름입니다. 대전은 성심당을 사랑합니다. 대전과 함께 커가는 성심당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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