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입학 포기한 트렌스젠더, 계속해서 쏟아지는 조롱 

트렌스젠더 입학생을 환영하는 숙명여대 대자보와 반대하는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올해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일부 숙명여대 학생들의 계속되는 혐오 발언에 결국 입학 등록을 포기했지만 A씨를 향한 일부 학생들의 조롱과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A씨는 7일 오후 3시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숙대 등록을 포기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며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과 조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며 “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8일 숙명여대 학생들을 위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씨가 7일 게재한 입학 등록 포기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글을 한 트랜스젠더 정보 공유 커뮤니티와 숙명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하지만 뉴시스에 따르면 해당 글이 게시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50분께 이 커뮤니티는 A씨 글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을 없앴다. 2020학년도 신입생의 학번이 오는 10일부터 발급됨에 따라 미인증 상태로 운영되는 게시판의 운영을 종료한다는 것이 커뮤니티 측의 설명이다.

게시판이 사라지기 전 A씨가 이 커뮤니티에 올린 입학 포기 관련 입장문에는 약 1시간 만에 100여개가 넘는 숙명여대 학생들의 댓글이 달렸고, A씨가 입학 포기를 결정했음에도 그를 향한 학생들의 혐오와 비하 발언은 계속되었다. "정신병원이나 가세요", "됐고, 탈퇴하고 나가세요" 등 A씨를 조롱하는 댓글이 태반이었다. 

A씨가 입학 포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일부 학생들은 A씨가 참석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입학하면서 '트젠 여러분, 저를 보고 용기내서 여기 들어오세요'라고 선전하는 것은 여성교육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A씨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다른 학생은 "왜요? 여자 파이 뺏어먹는 거 두고 보셔도 상관없으세요?"라고 답하기도 했으며 입데 담기 힘든 말들을 꺼내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수능을 약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법적으로는 여대 지원에 문제가 없었다.

한편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안인 만큼 입학을 포기했음에도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금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의 입학 포기 심경을 담은 글을 게재하고 "이 사회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같은날 정의당도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A씨의 상황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자대학교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은 교육에서 소외되 온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면서 "A씨가 입학했다면 이는 숙명여대의 설립 목적에 하등의 어긋남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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