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화제 대전 아닌 양평서 열려
주최 측 “복귀여부 심도있게 고민 중”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비춘 스포트라이트가 지역에까지 미치진 않는 분위기다. 수상에 대한 기쁨은 뒤로 하더라도 봉 감독 같은 거장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감독을 배출할 토양 자체가 미약해서다. 지역 영화인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둥지를 떠난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의 대전 복귀를 소망하는 이유다.

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들의 영화 문화 마인드 확산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도모해 지역을 미래 국제영화도시로 발돋움시켜보자는 포부로 출발해 지난 2018년까지 대전에서 꾸준히 개최되다 지난해 경기도 양평에서 열렸다. 초창기만해도 걸출한 영화제를 보유한 부산이나 부천 등에 비해 대전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짙었지만 해마다 청소년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편집까지 한 영화들의 대향연이 펼쳐지면서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영화제 유치에 관심을 보이며 대전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제를 주관하는 ㈔한국청소년영상예술진흥원 관계자는 “청소년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영화를 향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로 성장했다”며 “한국영화를 이끌 재목이 한 단계 커나가는 기회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소년영화제의 양적·질적 성장과는 별개로 지자체의 소극적인 지원이 뼈아팠다. 대전시로부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지원받는 예산이 평균 2000~3000만 원 안팎에 그쳤고 결국 지난해 행사는 1억 5000만 원의 예산으로 대전이 아닌 양평에서 진행했다.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나 부천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지자체 예산과 행정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꾸준한 변화를 모색하며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청소년영화제에 대한 시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아쉬운 대목이다. 성낙원 한국청소년영상예술진흥원장은 “봉 감독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어려서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청소년영화제가 가진 영향력이 결코 적잖다”며 “대전에서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다고 아직도 믿는 만큼 예산 지원 등 영화제 운영 과정의 개선과 대전 복귀를 고민해보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시 역시 청소년영화제가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예산 지원 방식을 탈피해 다른 방법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1회부터 18회까지 대전에서 개최돼 온 점을 감안해 주최 측과 대화하며 좋은 방향으로 결론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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