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사회부장

‘COVID-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부여된 공식 명칭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부여한 이름이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신종 코로나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한다.

새해벽두부터 주요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는 코로나19로 일상에서부터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확진자 발생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골목상권은 언제 끝날지 모를 경기 한파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이 여파는 우리 경제 전반에 조금씩 부담으로 쌓여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새해를 맞으면서 근심이 크지만 우리에겐 더 큰 걱정거리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 한 더 큰 도전이 될 게 확실한 ‘기후변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먼 미래의 일로 평가절하 됐다. 아니 무시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고 그래서 재앙이 오더라도 현재 우리 세대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애써 외면하면서 자기합리화의 구실을 찾는다. 그게 속편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이 얼마나 클 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보고서는 차고 넘치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라며 진지한 고민을 뒤로 미룬다. 그러는 사이 자기합리화를 위한 확증편향은 더욱 견고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기피의 대상이 됐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엔 미리 차단막을 치고 귀를 닫는다. 일상에서의 대화 주제에서 멀어지니 자연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된 관심사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보단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나 올랐나에 쏠려 있다.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은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2만 달러의 문턱을 넘어선 뒤 12년 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세계 7번째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경제적 성과의 이면엔 저출산·고령화 문제,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과 일자리의 양극화, 분배의 불평등과 같은 또 다른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향해 달려오는 사이 불평등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기후변화도 가속화 됐다. 에너지, 폐기물 문제 등 지금껏 미뤄둔 숙제도 한 짐이다.

美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16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를 선정했다. ‘기후 행동을 둘러싼 정치는 그 현상 자체만큼이나 복잡하고 변화가 쉽지 않다. 툰베리에게도 마법 같은 해법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툰베리는 지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타임은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툰베리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공존한다. ‘경제 공부 좀 하고 오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렇게 ‘기후변화’라는 주제는 경제의 헤게모니를 쥔 자본가·기득권에 의해 소모적 논쟁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후변화의 역습은 벌써 시작됐다. 기성세대가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머지않은 우리 후세에 물려줄 수밖에 없다. 2018년 여름, 폭염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만 48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한 것만 이 정도다. 통계청 조사로는 온열질환 사망자가 그 해 160명이나 된다. 폭염을 비롯해 폭설, 홍수, 가뭄, 산불 등 2018년 한 해 관찰된 자연재해는 전 세계적으로 850건, 사망자는 1만 400명에 이른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코로나 19’라는 엄중한 현실 앞에서 더 큰 걱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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