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

정부의 ‘대학 길들이기’ 또는 ‘총장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교육부는 공주교대가 추천한 이명주 총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을 통보하면서 뚜렷한 사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총장 후보는 물론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까지 들고 일어섰다.그때서야 슬그머니 부적격 사유를 당사자에게만 통보하겠다고 했다.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뒤늦게 통보된 임용제청 사유마저 가관이다. 궁색하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교통 범칙금에 교육부 감사 주의 처분까지 신상을 탈탈 털었다. 심지어는 배우자까지 턴 것도 모자라 10년도 훨씬 지난 일까지 들춰냈다. 2008년 대전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자신의 저서를 유권자들에게 나눠준 혐의로 벌금형(150만 원)을 선고받은 일도 임용제청 거부 사유로 들었다.

문제는 교육부가 내세운 거부사유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등 연구 부정행위, 음주 운전, 성(性) 관련 범죄 등 고위공직자 7대 인사 검증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은 고장난지 오래다.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만 23명이다. 역대급이다.

공정과 정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권위는 ‘조국 사태’로 땅에 떨어진 마당이다. 검증은 눈감고 외부 비판엔 귀를 막았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다.

정부 스스로에게는 한 없이 관대한 반면 남들에게는 한 없이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대학에 ‘감 놔라 배 놔라’할 처지가 아니다.

특히 교육부는 이명주의 교수의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역사교과서를 찬성한 것이 임용제청을 거부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답변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뭔가 수상쩍다.

사상 검증을 중지하라,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뭐냐는 등의 비난을 피할 길 없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뽑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장 5년하고도 2개월을 끌었던 공주대의 경우 총장 후보자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가 번복했던 정부다. 지역사회에서 ‘충청 홀대론’, ‘공주 홀대론’까지 회자된다.

대학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 심지어 전국의 교수들까지 현 정부의 요상한 대학행정 행태를 맹비난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반민주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야 한다.

대학의 총장 후보 추천은 대학 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선고한 대법원 판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그리고 대학의 자율권과 자치권은 철저히 보장돼야 마땅하다.

공주교대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학생들까지 참여해 총장을 선출했다. 대학 구성원들의 총의가 통째로 짓밟혀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와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위헌이자, 교육적폐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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