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멈! 할멈!
뭐라고? 왜 또 왔냐고?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와봐야 별 수 없지만…. 공연히 마음이 쏠리는 걸 안 온다고 책망할 것 같아서 가책되어 이렇게 오게 되는 걸. 영전에 서서 우러러 보다가 되돌아서 갈 때엔 서운하고 아쉽지만 좀 속죄된 듯한 마음으로 며칠을 그냥 이렇게 덤덤하게 나 여기 올 때까지 또 이렇게 덤덤하게…. 할멈! 나 혼자 사는 거 어떻게 하고 사는지 좀 궁금하실 것 같은데, 옛날 얘기했던 대로 혼자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어요. 행여 내 몸과 주변이 추해질까봐 할멈이 지금 지켜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바짝 긴장하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외롭고 서러운 건 이골이 났지만 말년에 혼자의 외로움만은 좀 벗어나고 싶어요. 아! 할멈, 어찌 하오리까…. 시절은 봄으로, 봄이 오는데…. - 나 왔다 가오

#2. 할멈, 오랜만이오
눈이 펄펄 날리고 있네요. 으레 하는 대로 베란다에 나와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도 피워 물었습니다. 지금 내리는 눈은 펑펑 쏟아지는 눈이 아니고 춤을 추듯이 훨훨 날고 있어요. 아마 그 때 펑펑 쏟아지듯 내린 눈은…. 그 때 할멈을 잃고 펑펑 눈물을 쏟았을 때라서 하늘도 서러운 사람의 마음 헤아려 그렇게 함박눈으로 펑펑 쏟아졌던가 봅니다. - 당신의 남편

#3. 천국에서 만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버지, 잘 계시지요. 갈 수도 없는 머나 먼 그 곳에서는 행복하고 편안히 계시지요. 아버지! 어머니! 그렇게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참 기막히지요. 다 용서해 주시고 우리 아들 잘 키워놓고 천국에서 어머니, 아버지 만나뵙길 원합니다. 사는 일이 너무 힘겨워요. 제발 자식들 다 잘되게 도와주세요. 현규가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 보고 싶다고 써 달래요. 어머니, 현규 잘 자라게 지켜주세요. 어머니가 계시면 얼마나 좋아하셨을 건데…. 이 죄인 용서해 주시고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현규가 자기 얼굴 웃는 얼굴로 할머니 보고 싶다고 써 달래요. 두 분 다 잘 계시고 보고 싶어도 참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 딸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