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계몽하라” ①

(위)마라의 죽음/ 자크루이 다비드/1793년/ 128 x 165 cm/벨기에 왕립미술관
(아래)마라의 죽음/뭉크 작 2점 중 하나/1907년 작

 

네이버와 다음 국내 양대 포털이 언론을 앞세워 온라인 시장을 호령하는 시대. 숫자놀음이라고 멸칭되는 트래픽은 그들(?)이 살아가는 생존 키워드(Key-word)였다. 누구는 미래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던가. 신문 산업이 사양화되면서 트래픽을 통한 수입은 신문사의 중요한 수입원이 됐다. ‘트래픽’이란 생소한 외국어에 붙은 ‘생존’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자칭 지사(知事)라고 자부하던 기자들의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트래픽 앞에서는 사쓰마와리(察回·경찰서 출입 견습) 시절 경찰서장 방문을 걷어차던 객기도 국회의원·시장·도지사 등과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끝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패기도 사라졌다. 트래픽을 얻기 위해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똑같은 기사를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과 노골적인 낚시 기사를 생산했다. ‘독자 우선’이라는 약속과 달리 온라인 기사 곳곳을 ‘광고’로 도배했다.

이미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혈안인 언론 앞에 저널리즘 윤리란 없었다. 트래픽 수치가 국내 언론사의 우선순위가 된 2000년 중반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이 시기를 한 언론사 관계자는 ‘트래픽 퍼스트’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트래픽 퍼스트’의 시대, 언론에게 트래픽은 있고 독자는 없다.

2006년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온라인 퍼스트(on-line first, 온라인 먼저)를 주장한다. 그들은 건물 내에서 종이 신문을 없앴다. 최고경영자(CEO)와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신문은 이제 신문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온라인 퍼스트‘는 성공했을까? 2019년 가디언은 적자 행진을 끝내고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8월 4월~2019년 3월간 매출 2억2300만 파운드, 영업이익 80만파운드(147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수입의 55%가 디지털 부문이다.

지난해 65만 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며 성공한 가디언의 ’온라인 퍼스트’와 달리 국내 언론의 ‘트래픽 퍼스트’에는 독자가 없다. 사리에 어두워 당장의 이익만 좇은 결과다. 이 시점 언론은 독자가 외면한 신문과 방송은 필망(必亡)한다는 언론계 속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트래픽 퍼스트’의 미망에 벗어나 ‘온라인 퍼스트’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야 할 것이다./익명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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