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지난 18일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불과 5일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감염은 대구와 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안심 지역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 섣부른 낙관론과 자신감은 사태를 키웠다. 코로나 공포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고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방역을 느슨하게 만든 꼴이 됐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실상 1차 방역이 실패한 셈이다. 여행도 하지 않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는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역학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잇단 코로나19 확진은 방역 실패를 뒷받침한다.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76만 명이 넘는 국민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을 청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적인 확산단계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 초기단계라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한술 더 떠 “일괄적으로 어떤 국적을 가진 사람을 금지한다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어렵다”며 자국민의 안전과 인권은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전문가 집단의 요청을 ‘정치적 판단'으로 폄훼하는 한심한 정부다. 미국과 러시아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 41개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 한 사실이다.

예방접종이 가능할 때까지 자국민의 피해를 최소하려는 시도다. 실제 중국인과 중국 체류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에 나선 미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은 확진자수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반면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만 금지한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 2·3위 국가가 됐다. ‘코로나19 전염 진행국가'로 지정돼 일부 국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오염국가’로 낙인 찍혀 모든 나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당장 개강을 앞두고 속속 입국하고 있는 7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 문제는 국민적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실적으로 유학생 전체의 이동을 통제하거나 규제할 방법이 없어 대학 인근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잠복기이거나, 무증상자이거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경우 스스로 감염 여부를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다. 더구나 일본 크루즈선에서 나타났듯이 의사의 진찰로도 감염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현재 조치는 우리 국민들을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시키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반중정서 차단만 급급해서는 ‘친중 사대주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당장 중지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1차 방역 실패를 시인하고 중국인 차단에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만큼 방역대책도 바꿔야 한다.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돼 국민들이 또 다른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전염병 창궐로 도시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특정지역과 특정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도 경계의 대상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들이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확진자의 사진에서부터 신상정보까지 탈탈 털어내고, 심지어 악성 가짜뉴스까지 유포시켜 확진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전염병 감염은 특정집단과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고, 어떤 집단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의 어머니고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다. 나와 내 가족, 내 친구와 내가 속한 집단이었다면 이랬을까?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를 선동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기생충’이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가짜뉴스들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감춰지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사리지면 좋으련만.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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