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떨기 민들레여!
뭇사람의 발 아래 모진 생명 안고 태어나 이 못난 사람 가정에 안착하여 병마와 싸우느라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간 그대여! 육신은 구봉산 아홉 구비를 뛰어다니는 한 마리 토끼가 되어 마음껏 구봉산의 정기를 만끽하고 영혼은 감로사에 안착하여 성불하시기를 부탁합니다. 나 당신의 분신이 구봉산 지킴이 호랑이 되고 이 땅에 힘껏 두 다리 펼 때면 당신은 구봉산 정상에 노란 자태를 나타내면 한 마리 벌이 되어 당신 품에 안기리라. 오늘 이후 잠시 나의 손을 놓아주기 바라고. 당신의 두 아들을 위하여, 당신의 지혜와 용기를 빌려주오.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하여. -사랑하는 남편

#2. 내 꿈속에서라도…
엄마, 요새는 슬프고 짜증 나고 괴로운 날이 많아. 어제는 아빠랑 심하게 다투었어. 다투고 나면 후회되지만 어쩔 수 없었으니 엄마도 이해해줘! 다음에는 좋은 소식만 전해 줄게. 예정일이 이틀 남았는데, 아직 배 속에 있는 우리 똘이는 소식이 없어. 그래서 걱정이야. 엄마가 옆에 있으면 걱정이 조금 덜할 텐데. 시어머니도 걱정이 많으셔. 하지만 그 마음은 항상 고마울 뿐이야. 너무 잘해줘서. 물론 엄마도 있었으면 최 서방한테 무지 잘해줬을 텐데. 엄마, 내 마음속은 아직도 차가운 겨울이야. 식구들한테 잘해야지 하면서도 그것이 잘 안 돼. 내가 아빠하고 동생들 잘 못 보살피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잘하려고 해도 잘 안 되네. 그러니 미안해!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용서해줘 엄마. 내 꿈속에 한 번만 나타나 줘. 꼭 물어볼 말들이 많아. 기다릴게. 사랑해 엄마! -큰딸

#3. 못난 손자 왔어요
할아버지! 못난 손자 또 왔어요. 와야지 와봐야지 하면서 쉽게 안되네요. 저번에 죽으려는 맘먹고 올라왔을 적에 할아버지께서 말려주신 거만 생각하고 힘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어요. 할아버지! 이젠 그런 맘 먹지 않고 열심히 살아볼게요. 할아버지께서 좋은 곳에서 저와 저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게 지켜주세요. 막내 삼촌 돌아가셨어요. 삼촌도 할아버지와 함께 좋은 곳에서 같이 계시리라 믿고 열심히 잘 살게요.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다고 쉽사리 말씀 못 드리겠지만 요즘처럼 힘들고 할아버지 생각 간절할 때 또 찾아뵐게요. 저희 가족 모두 지켜봐주시고 오늘 같이 온 아이가 제가 결혼하고픈 아이예요.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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