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주(시인·한남대 초빙교수)

하늘이 쪽빛으로 다녀가고
노을이 금빛으로 머물다 가면
푸른 산그림자 내려와 머리감는 금강

눈이 오듯이
달밤이 은빛으로 부서져 물 위로 떨어지면
강물은 비늘을 털고 하얗게 일어선다

굽이굽이 산자락을 휘감으며
푸른 비단 한 필 백사장에 널어놓고
아득히 전설되어 흘러가는데

바람을 떠내려 보내고
세월을 떠내려 보내고
한 살이 인간사 그 덧없음을 떠내려 보내고

갈대 한 잎 허상으로 남아
휘어진 손을 흔드는
무수한 나의 이별들

새벽 물안개 젖은 나루터 돌아
꼬리를 치며 울고 가는 강아
금강아
 

 

성은주 시인(한남대 초빙교수)

시간이 오는 게 아니고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강은 떠나는 이미지가 강하다. 강가에 서면 물이 떠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기보다는 떠내려가는 방향을 향해 시선이 머문다.

강물처럼 우리의 삶도 아름답게 흐른다. 쪽빛으로 물들다가 금빛으로 물드는 세월 속에 수많은 인간사를 풀어놓게 된다. 금강의 역동성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 머리를 감고 하얗게 일어서 있다가 은빛으로 부서져 내린다.

떠나는 세월의 아쉬움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인생의 늘그막에 이르러 석양이 깃든 금강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무수한 나의 이별들이자 삶의 허상과도 같은 덧없음일 수 있다.

꼬리를 치며 울고 가는 강은 섬세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꽃이 피었다 지듯이, 우리의 삶도 태어났다가 저물어진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떠나간 것과 남겨진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성은주 시인·한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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