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력 쏟았는데... 블룸버그 경선 하차 선언 후 바이든 지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화려한 데뷔를 노렸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기대와는 다른 초라한 성적에 중도 하차했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견제했는데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슈퍼화요일에 경선을 치른 14개 주 중 텍사스 등 최소 9곳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대약진하자 조기 퇴장을 택한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 중단 및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당초 블룸버그 전 시장은 중도 대표 자리를 놓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경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14개 주 중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사모아에서 1위를 했지만 주(州)가 아닌 미국령이어서 연방의회에 대표성 있는 의원이 없고 대선 투표권도 없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경선 하차를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키는 건 가능성이 제일 큰 후보 뒤에서 뭉치는 데서 시작한다고 언제나 믿어왔다"면서 "어제의 투표로 그 후보는 내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와 지지선언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선 레이스에는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블룸버그 전 시장은 슈퍼화요일 경선부터 뛰어들어 초반 성적이 부진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압하고 중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었으나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경선이 치러진 14개 주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승리를 안긴 곳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령 사모아에서 승리 소식이 전해지기는 했지만 주(州)가 아닌 데다 대선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막강한 재력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초반 부진을 바탕으로 중도파 대안으로 부상했다.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서 치러진 초반 경선을 건너뛰고 ‘슈퍼 화요일’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광고에만 5억달러(약 5935억원)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한계가 드러났다. TV 토론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9일 라스베이거스 토론에서 흑인과 여성을 부당 차별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중도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도 타격이 됐다.

하위권을 맴돌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네 번째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하고 같은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경선 레이스를 중단,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로 돌아선 것도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타격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뒤 트위터에서 “별명인 ‘미니 마이크’ 말고는 얻은 게 없고 평판이 완전히 파괴됐다. 갈 길이 멀다, 마이크!”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미니 마이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작은 키를 겨냥해 지은 별명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명 이상의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난립하던 지난해 11월 24일 경선 레이스 동참을 선언했다. 그의 재산은 534억 달러(63조원) 규모로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미국 부자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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