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물량 예년의 60%, 생필품도 끊겨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자원봉사자 급감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을 우려한 두려움이 엄습하자 연탄 기부가 줄고 있다. 기부 인력이 대거 참여해 직접 배달까지 나서야 하는 까닭에 예고했던 기부 행렬마저 취소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대전연탄은행에 따르면 대전지역 내 연탄가구는 1300여 가구다. 이중 생계가 취약한 800여 가구의 일부 연탄 수요를 매년 대전연탄은행에서 보살피고 있다. 대다수가 2구 6탄용 연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 아침저녁으로 4장씩 갈면 하루 8장은 있어야 훈훈한 불을 만들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10월부터 봄의 온기가 자리 잡는 4월까지 가정마다 1600장은 있어야 한다. 취약 계층 800여 가구에 필요 물량만 대략 128만여 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해 적게는 18만 장, 많게는 20만 장이 넘게 건네지던 연탄 기부 물량이 올해는 12만 장에 그쳤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기부가 준 데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인력이 참여해야 하는 연탄 배달을 특히 꺼려서다.

대전연탄은행 신원규 목사는 “현재 연탄 한 장은 800원이지만 배달 장소가 한 층 올라갈 때마다 100원이 더 붙는다. 취약계층이 많은 대동·천동 등은 고갯길이라서 아예 배달을 가지 않기 때문에 기부 인력이 직접 배달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에 미리 잡혀있던 6건의 기부 중 4건이 취소됐고 2월 22일 이후로는 단 한 건의 기부 의사도 없다. 배달만 전담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신청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연탄 기부 감소는 취약계층에 대한 각종 생필품 지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부 인력의 연탄 배달을 통해 쌀·라면·옷가지·의약품 등이 추가적으로 전달돼서다.

신 목사는 “사실 연탄은행이 세워진 2005년만 하더라도 의료진 봉사라든지, 각종 회사 임직원들의 연탄 배달을 통한 생필품 지원이 있어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연탄 배달은 연탄만 전한다는 인식이 굳어져 생필품 지원이 병행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그마저 남은 생필품 지원까지 가로막은 탓에 취약계층의 체감 추위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연탄과 생필품 기부 감소가 취약계층의 건강 악화와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감기,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병에 대한 감염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연탄을 지원받고 있는 김금옥(64·대전 동구 대동) 씨는 “연탄 가구 대다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특히 대동은 집이 노후하고 고갯길이라서 올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했다고는 하나 이곳은 여전히 추워서 뜨뜻하게 몸을 지지려면 하루 12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연탄 기부가 없다 보니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들 코로나19 증상은 아닌지 두려워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신 목사는 “시에서 별도의 마스크 지원이 없어 자원봉사자가 남기고 간 마스크를 드리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속히 마스크가 지원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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