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재난영화를 보면서 외계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들과 맞서 싸워 결국 물리치는 것은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地球人)들이다.

외계인(外界人)은 공상 과학 영화 따위에서 지구 이외의 천체에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지적인 생명체로 지구인과 구별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최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세상의 모든 소식들을 독점하고 있는 듯하다. 전염병은 역사적으로 지구인들과 늘 함께해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전염병으로는 14세기 중기 유럽에서 창궐한 페스트(흑사병)가 있다. 당시에는 그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개와 고양이가 페스트 병원균을 옮긴다고 생각하여 많은 수의 개와 고양이를 죽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진범인 쥐가 더 번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당시의 유럽인들 중 일부에서는 그 병이 전염되지도 않고 죽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몸을 청결케 하기 위하여 손과 발을 자주 씻어 병에 대한 예방력을 크게 했으며, 전염병이나 나병환자들은 가족이든지 아니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리 밖으로 격리시킴으로써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난 해 9월에 발생한 호주 산불은 폭우 덕분으로 6개월 만에 진화되었으나, 남한 면적보다 넓은 1200만㏊가 불에 탔고, 불을 끄던 산불진화대원 등 최소 3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건물 6500채가 소실되었고, 호주 대표 종인 캥거루와 코알라 등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불에 타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4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되는 등 산불로 인한 피해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호주산불의 원인을 기후환경변화로 땅이 말라붙어 산불이 발생하였다고 말한다. 물론 기후변화가 특정한 환경문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구인들의 무관심한 행동일 것이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전국적으로 650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3254㏊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우리시에서도 9건이 발생하여 2.13㏊의 산림이 소실되었으며, 발생시기는 주로 봄철(2~5월)에 집중발생(75%)했고, 주요 원인은 입산·성묘객실화 38%, 논·밭두렁·쓰레기소각 25%, 기타 37% 등으로 산림 내에서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하여 산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이맘 때면 산불조심기간(2.1~5.15)을 운영한다. 이 기간(3개월)의 기상전망에 따르면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편이고, 강수량도 다소 적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봄철 산불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한다. 산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시기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예년과 다른 산불대응방안을 추진한다. 주요내용으로는 산불의 주요원인이며 미세먼지 저감에도 저해되는 농업부산물, 논·밭두렁, 쓰레기 등 불법소각행위를 집중단속하고 적발시 과태료부과 조치하며, 또한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대형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산불취약지역에 특별 감시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호주 산불에서 보듯이 산불은 재난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같이 지구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지역이나 국가단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바다 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지구인의 문제이다.

과거에 전염병 예방과 치료에 현명하게 대처해온 결과 오늘날 인류가 번성하고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끝날 것이다. 산불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들의 의식개선과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지구를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지구인(地球人)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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