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창업…교수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N잡러’로 지역서 교육사업, 기부 등 활발
“상생경영 통해 긍정적 에너지 불어넣고 싶어”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사회엔 자신을 자신의 삶의 주체로 인식하고 꿈을 그려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이들은 ‘취직’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청년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업(業)으로 만들어내는 청년들이다. 여기엔 소통과 협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직업’인 경우도 포함된다. 청년의 삶에 있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도전적인 대전지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지 기록한다. 편집자

창업 7년차,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새천년카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호(35) 대표는 지역에선 성공한 청년 기업인으로 불린다. 그건 단지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이윤’(매출)이라는 잣대에서만은 아니다. ‘돈’이라는 가치보다 열정을 갖고 뛰어든 사업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신의 업(業)인 자동차 사업이 본인의 부유함이 아닌 지역 사회 곳곳에 기여로 이어져야한다는 남다른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 ‘교수’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사실 김 대표의 꿈에 ‘창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동차 정비소를 차린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갑작스럽게 그가 교수라는 꿈을 접은 채 자동차 정비사로 뛰어든 배경엔 자동차 정비업에 오래 몸담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지대했다.

“군 복무 중 아버지가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수라는 직업을 꿈꿔왔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인해 집안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먹고 살아야하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에서 전역 후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도 따게 됐죠.”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인해 그는 오랜 기간 품어왔던 꿈을 접게 됐지만 돌이켜보면 악재가 호재가 됐다고 웃음 지어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집안 환경으로 인해 자동차 정비업에 뛰어들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는 재능과 관심 분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면서 자동차 정비업이 천직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자동차 정비사가 아닌 기술과 경영 능력을 함께 발휘해 부를 쌓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분명 청년기업인으로서 그 또한 창업이라는 도전에 있어 숱한 어려움에 부딪쳐온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전이라는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대전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내려올 때는 많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특히 결혼 후 대전에서 정착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사업을 준비하는 제게는 인재를 채용하는 부분에서 대전에서 청년 인재를 채용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 ‘N잡러’…교육활동 넘어 기부는 ‘덤’

김 대표는 본인을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신조어)’라고 표현한다. 자동차 정비사 외에도 강연가, 멘토 등으로 지역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인 ‘N잡러’처럼 비록 직업에 있어선 자동차 정비사이지만 다양한 사회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청년기업인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려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청년이라 생각을 하곤 하지만 저는 자신의 ‘업’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청년을 청년 기업인이라 불고 싶어요.”

그가 본업 이외에 강연 등에 나서는 이유는 대전이라는 도시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켜보기 위함이다. 특히 청년들을 말이다. 이는 그가 지역에서의 어려움을 겪어왔던 경험에서 비롯된 거다.

“서울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을 지역에서 녹여낼 수 있다면 대전의 청년들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5년부터 저는 회사 내 북카페에서 지역 청년들을 위해 경제계 대표 등을 초청하는 등 연말 명사 초청 특강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방법과 방향으로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가 사업을 하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상생경영이다. 이는 회사와 직원을 넘어 지역 인재들과 그가 소통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연간 평균 100회 이상 학교 등을 방문하면서 자동차 정비업 관련 강연을 하고 있으며 이미 새천년카는 청년공간, 청소년희망멘토사업장 등으로 지정받았다. 이는 지역 청년 등에게 무료로 개방돼 카페 또는 강연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교육복지 분야에서 대전 지역 유일의 지역 혁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청년으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신의 ‘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기업인으로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저는 사업을 성장시키고 매출을 증대하면서 지역 인재를 선발 채용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더불어 사업 수입의 일부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기부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청년들을 위해 지역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생하기 위해서다.
 

◆ 안정적 직업보단 관심 있는 분야 도전

그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가 창업 당시부터 지켜온 철학인 상생경영을 통해서다.

“새천년카가 ‘상생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향후 5년 이내에 대전을 대표하는 벤처 기업(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분명 경제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돼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기업인들의 사회 활동 또한 수반돼야 합니다. 저는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규제개혁당’을 창당해 발기인 멤버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이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들, 나아가 모든 청년들에게 그는 관심 있는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당부한다. 아무도 본인의 재능과 관심 분야에 대해 시도하지 않고선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분야에 과감히 도전해 보고 자신의 ‘업’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창업이 됐든, 취업이 됐든 일단 부딪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립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지혜를 주변 청년들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기업인은 사회의 문제와 편견을 바꾸기 위해 혁신적 사고로 지속적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누구나 큰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그가 지역 청년들에게 거는 작은 바람이자 선배 청년기업인으로서 강조하는 조언이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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