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엿보다/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외 41권

▲ 나를 엿보다 = 정재곤 지음.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이면서 정신분석, 심리치료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가 지난 20여년간 일상과 사회, 문화와 문화 차이, 가족과 자녀 교육, 나와 타자 사이에서 해온 고민과 사유를 담았다.

44편의 정신분석학 에세이를 통해 저자가 지금까지 겪었고 또 많은 사람이 겪었을 다양한 삶의 경험을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심리치료의 다양한 국면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이 종이 박스와 같이 움푹하게 들어간 곳에 둘러앉길 좋아하는 것이나 어른이 돼 오지 여행을 즐기는 것은 ‘모태 회귀’ 본능의 발로다.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마다 태아 시절 열 달 동안 체류한 엄마 배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일상에서 비켜난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본능이다.

청소년들의 정신적 불안정을 일컫는 ‘바닷가재 콤플렉스’라는 용어도 설명한다. 바닷가재가 성장을 위해 이제까지 어린 몸을 감싸고 있던 작은 허물을 벗어 던지고 더 커다란 보호막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바깥의 자극과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서 남성성, 여성성을 문득 발견하게 된 청소년들이 정신적 불안에 따라 과도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바바리맨’이 벌이는 노출은 ‘거세 콤플렉스’, 즉 거세를 갈구하는 무의식적 욕망에서 비롯한다. 바바리맨이 경찰에 잡히는 것은 거세 욕망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그는 체포되기 위해 ‘깜짝쇼’를 벌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궁리. 292쪽. 1만5000원.

▲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 = 도널드 홀 지음, 조현욱·최희봉 옮김.

미국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저자가 여든이 넘어 쓴 에세이 14편을 모았다. 2018년 89세로 작고한 저자의 마지막 책이다.

저자는 “젊었을 때부터 현재를 견딜 수 없어 미래에 살았다”면서 “노인이 된 지금에서야 현재에 집중한다”고 고백한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의 삶은 야망이나 미래, 계획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음을 알기에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늙음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늙음이 가져오는 불편을 토로하면서도 휠체어를 타고 미술관에 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은 멀리서만 볼 수 있는 명작을 우선순위로 볼 수 있다고 농담을 덧붙인다.

70이 넘으면서 죽음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됐다는 저자는 과거에 여든셋까지 살고 싶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떠올리며 “여든넷 생일에 안도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아시아. 240쪽. 1만5000원.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김누리 지음.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을 낱낱이 비춘다.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분단을 거쳤고 통일 후 한국과 인구 규모가 유사하며 철저한 과거 청산, 사회 복지와 경제 성장의 균형을 이룬 점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저자는 한국이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와 출산율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각한 불평등 사회가 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 체제에서 찾는다.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가 68혁명을 통해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사회적으로 구현해 갈 때 한국은 더 큰 억압 속으로 빠져들어 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났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의 정치 지형은 ‘진보 대 보수’라는 대립 구조를 띤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독일의 보수 정치인이 한국에 오면 극좌파로 몰릴 정도로 우경화돼 있고 국회의원의 96%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구조 속에서 개인들의 자기착취와 소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수구세력의 존립 명분을 제공하고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분단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해냄출판사. 260쪽. 1만6500원.

▲ 시험인간 = 김기헌·장근영 지음.

한국사회는 시험중독사회다. 그만큼 온 사회 구성원들이 시험에 매달린다.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시험에서 합격해야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경쟁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이를테면 시험공화국이 된 것이다.

시험으로 소수의 합격자와 다수의 불합격자를 가르는 사회에서 거의 모든 개인은 낮은 자존감·자기주도성 상실 등으로 고통받는다. 객관식 지필시험이 인간 평가의 도구가 되면서 사회는 획일화한다. 시험은 지금도 묻는다. 당신은 몇 등급 인간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 체제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현상을 유지시키는 핵심이 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사회학자와 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시험이 우리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시험을 곧 공정함이라고 믿는 한국 사회만의 특징과 시험을 대하는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파헤친다. 시험인간들이 믿는 세 가지 신화는 ‘시험은 공정하다’, ‘일등만 하면, 합격만 하면 행복이 보장된다’, ‘미리 준비하는 자가 최후에 웃는 자가 된다’란다.

저자들은 이대로 시험인간들의 세상이 계속될 경우, 승자독식으로 인한 갑질과 불평등 문제,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신 속에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다가올 시대는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시험인간으로 채워진 사회는 새 시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서열화와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첨언해둘 것은 시험중독을 해소키 위해 시험사회를 해체하거나 시험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탈시험사회로 가려면 시험에 대해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 좋은 시험은 학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선발 목적의 시험이 좋은 시험이 되게 하려면 평가자의 전문성과 헌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생각정원. 314쪽. 1만6000원.

▲ 핀란드 교육에서 미래 교육의 답을 찾다 = 키르스티 론카 지음. 이동국 등 옮김.

오늘날의 교육 강국 핀란드를 있게 한 것은 ‘모두를 위한 기초교육’, ‘평등한 무상교육’, ‘수준 높은 교사’였다. 그리고 지금 핀란드는 21세기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양성키 위해 또 한번의 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의 성장과 더불어 핀란드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뤄냈으며,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선진 복지국가가 됐다.

헬싱키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핀란드가 교육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척박한 환경과 정치·문화적 상황을 바탕으로 놀라운 교육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본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미래교육의 큰 축인 ‘미래핵심역량’과 ‘현상기반학습’이 무엇인지 살핀다.

핀란드 교육이 꼽는 7가지의 미래핵심역량은 사고력과 학습력, 상호작용과 자기표현, 자기조절과 자기관리, 참여와 사회적 행동력 등이다. 옮긴이들은 책에 나오는 핀란드의 새로운 교육과정과 디지털 교육이 우리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시사해준다고 말한다.

테크빌교육. 344쪽. 1만7000원.

▲ 김육 평전 = 이헌창 지음.

일찍이 12살 때부터 경세제민의 뜻을 품었던 개혁가 김육(1580~1658)은 70대에 정승 자리에 올라 충청도와 전라도에 대동법을 시행하며 자신의 오랜 소신을 펼쳐나갔다. 무수한 역경에도 좌절치 않고 학문을 연마하며 정책 이념을 정립했던 김육은 자신의 이상을 추진해 조선 후기의 경제와 사회 발전에 밑바탕이 됐다.

대동법은 조세 제도를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만든 획기적 개혁이었다. 토지 결수에 따라 정량의 쌀로 조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공물을 납부하던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더불어 지방 관부의 불법적 징세, 방납인과 관리에 의한 중간 수탈 등도 청산됐다. 대동법은 민생 안정, 재정 충실화, 시장 발달을 통해 왕조 부흥에 이바지한 최대 사업이었다고 할 만하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선에서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경제 정책의 시행자인 김육에 대한 평가와 함께 조선 경제사를 개괄한다. 책은 김육과 조선 왕조 시대, 역경과 경세제민의 생애, 김육의 사상과 특성, 김육 정책 활동의 역사적 의의와 교훈 등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민음사. 692쪽. 3만2000원.

▲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 로버트 커트너 지음, 박형신 옮김.

미국의 진보적 저널리스트가 글로벌 자본주의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 상황의 근원을 추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한때 서로를 강화하는 건강한 사이였지만, 자본주의가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 맹목적 애국을 강조하는 우파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몇몇 국가에서는 파시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위기 상황의 근원을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신자유주의에서 찾는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신자유주의 정책과 가치는 전후 세계 각국이 합의한 사회적 약속을 해체하는 추동력이 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진보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중도좌파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기는커녕 이 물결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 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 시민권보다 더 강력해진 상황에 크게 분노하나 분노의 타깃을 잘못 잡은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계급에 극단적인 민족주의 감정을 조장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만들어준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국가들이 합의해 일으켜 세운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것이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금융체계로 돌아가 금융이 경제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규모의 사회투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전제정치와 과두정치를 종식한다면 ‘괜찮은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울. 544쪽. 4만2000원.

▲ 열린 공동체를 꿈꾸며 = 권용혁 지음.

주변부이자 식민지를 겪은 비 패권 국가인 우리가 21세기에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미래 비전을 세우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구상한다.

굴곡 심했던 역사적 경험과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인 위상 탓에 한국은 중심과 주변, 안과 밖, 주체와 객체 등 이분법적인 구도로 작동되는 힘의 역학 관계 속에서 항상 주변부 또는 소수자 자리에 위치해 왔다.

이런 힘의 역학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변도 소수자도 중심이나 다수자와 동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정당하고 공평한 논리를 스스로 구성해 기존의 이분법적 논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저자는 구체적인 해법으로 ‘열린 공동체주의’를 제안한다. 이와 같은 철학적 틀은 다양한 실체적 관계에 매몰된 기존 공동체주의의 경계를 확대할 논리적 공간을 제공한다.

공동체적 경계를 유동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 안의 타자들을 우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할 때 한국은 아시아와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을 주도적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학사. 284쪽. 1만8000원.

▲ 역사와 함께 읽는 민주주의 = 박상준 지음.

대학교수로 꾸준히 민주시민 교육을 강의한 저자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과 교사, 일반 시민을 위해 펴낸 민주주의 교육서다.

기존 민주주의 관련 서적들처럼 서양의 이론과 민주주의 발전사를 살피던 데서 벗어나 우리가 쉽게 혼동하는 민주주의의 개념과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각종 사례와 통계·역사 자료·법적 근거를 들어 소개한다.

‘민주주의와 우리 삶의 관계’, ‘민주주의의 의미와 분류 기준’, ‘민주 정치와 공화 정치의 차이’, ‘대의 민주주의와 선거, 돈’, ‘대한민국 건국절 논란’ 등 14개 장마다 각 주제에 관련된 핵심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관해 풀어가는 식으로 구성됐다.

한울. 272쪽. 2만9000원.

▲ 박물관 3.0 시대와 소셜미디어 = 이보아 지음.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물관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빅데이터·인공지능·로봇 기술이 불러올 박물관의 변화를 논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박물관 정보를 전파한 시기를 ‘박물관 2.0’ 시대로 칭한다고 설명하고, 제4차 산업혁명이 ‘박물관 3.0’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최근 10년간 대다수 박물관은 관람객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사용자를 실질적 참여 관람객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성찰했다”며 “박물관 3.0 시대는 이러한 성찰 결과를 실천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네 개 장(章)으로 나뉘는데, 특히 ‘소셜미디어와 박물관’ 분량이 많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이른바 ‘인생샷’을 찍는 관람객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 저자는 전시 기획 단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효과를 고려하고 멋진 ‘포토존’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길사. 256쪽. 2만5000원.

▲ 국역 주자문록 = 기대승 엮음. 김근호·김태년 외 옮김.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을 벌인 조선 문인 고봉(高峯) 기대승(1527∼1572)이 중국 남송 유학자인 주자 문집 중 일부를 엮었다.

고봉이 ‘주자문록’(朱子文錄)을 집필한 뒤 퇴계는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를 펴냈다. 주자서절요가 주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면, 주자문록은 젊은 유학자가 주자 사상을 잘 요약한 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부록으로 주자 연보와 주자 저작 목록을 실었다.

예문서원. 768쪽. 6만7000원.

▲ 근거율, 강의와 강연 =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김재철 옮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 후기 사상을 잘 보여주는 책. 1955∼1956년 프라이부르크대학·브레멘 클럽·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한 강연을 묶었다.

라이프니츠는 “이유 없이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는 근거율을 정립했다. 이전까지 서양에서는 근거 이유로 이데아, 신 같은 절대자가 거론됐다.

저자는 라이프니츠가 서양철학의 ‘숙면기’를 끝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가 근거의 본질을 완전히 해명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존재로서의 근거는 표상적 근거가 아닌 ‘근거 아닌 근거’로 통찰돼야 하며, 존재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파라아카데미. 336쪽. 2만2000원.

▲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로날트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중요 인물의 질병이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꿨는지, 전염병의 대유행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한다.

33세에 죽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인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다. 독살설이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말라리아·티푸스·위염이나 장염·웨스트나일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고 인도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나 선천성 질병, 심지어 지나친 음주를 죽음의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사인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지만, 그가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세계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1555년 봄 잉글랜드의 메리 1세 여왕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 유럽의 왕정에 퍼져나갔으나 ‘상상 임신’으로 판명됐다. 여왕의 배가 불러오고 젖이 분비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분명히 있었다. 저자는 난소종으로 분비된 액 때문에 임신이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훗날 ‘피의 메리’로 불린 메리 1세는 스페인의 왕자와 결혼했던 만큼 실제 임신해 왕위 계승자를 낳았다면 오늘날 영국인들은 스페인어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게는 ‘건강염려증’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당시 각종 감염에 대해 극심한 공포증을 지니게 됐고 그 이후 감기에 걸린 사람과는 절대 면담하지 않았고 자기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먼저 손을 ‘미친 듯이’ 씻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일찍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전쟁 방침이나 전쟁 말기 자살 결정에도 이런 생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히틀러의 병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역사학자와 의사는 “히틀러의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사리 분별도 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책은 이 밖에도 바흐·레닌·루스벨트·케네디 등 주요 인물들이 겪었던 질병과 그 질병이 역사에 미친 영향, 페스트·매독·천연두·콜레라·독감·결핵·에이즈 등 전염의 진행 과정을 설명한다.

미래의창. 368쪽. 1만7000원.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김영서 지음.

2012년 ‘은수연’이라는 필명으로 친족 성폭행을 고발했던 저자가 ‘아빠’라는 악이 사라진 뒤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세상에 나서기로 하고 본명을 앞세워 다시 책을 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9년간 아버지의 성폭력을 견디다가 마침내 탈출할 때까지 경험을 가감 없이 증언한다.

목사 행세를 하는 아버지의 성폭력, 가정 폭력, 원하지 않은 임신과 임신 중단, 탈출하고 다시 잡혀 오기를 거듭하는 동안 피해 사실을 눈감은 채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돌려보낸 주변 사람 등 불편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느 날 경찰서로 도망친 저자는 여러 행운과 좋은 사람들이 건넨 도움 덕에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냈고 가해자는 중형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그러나 9년 동안 이어진 폭력이 남긴 흔적과 상처는 해결되지 않은 채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고 저자는 긴 세월을 여기에 맞서 싸워야 했다.

결국 상처를 ‘노출’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자기 치유에 ‘투자’하는 나름의 방식으로 치유의 길을 걸어온 저자는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남반구로 날아간 여행에서 뜻밖의 계기를 통해 용서하는 길을 찾았고 그곳에서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용서의 편지를 띄운다.

이매진. 255쪽. 1만4000원.

▲ 깨어 있는 마음의 과학 = 도슨 처치 지음, 최경규 옮김.

감정과 유전자의 관계를 깊이 파헤친 베스트셀러 ‘유전자 속의 지니’를 썼던 저자가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물론 모든 생각이 현실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것과 ‘생각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고 하는 입장 사이에 넓은 ‘중간 마당’이 있으며 그 중간 마당은 생각을 의도적으로 잘 사용하기만 하면 일상을 뛰어넘는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저자는 후생유전학, 신경과학, 전자기론, 심리학, 진동을 시각화하는 연구 분야인 사이버매틱스, 공중보건, 양자물리학 분야의 새로운 발견들을 인용해 생각이 엄청난 창조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의학, 심리학, 스포츠, 과학 등의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마음이 물질화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정신세계사. 464쪽. 2만4000원.

▲ 기다림의 기술 = 벨 보그스 지음, 이경아 옮김.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로 현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자신의 난임을 극복하는 노력의 과정에서 갖게 된 임신과 출산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 들려준다.

저자는 한동안 아이가 없는 생활을 장점으로 꼽으며 위안을 얻었고 자기 일에 충실해지려 했지만, 임신에 대한 갈망을 이기지 못해 결국 현대 의학이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시도해 보려고 하게 된다.

여러 의학적 방법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고 자신도 다양하게 알아보면서 난임·불임 커플이 출산에 개입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그것은 신이나 자연에 대한 저항일까, 이 같은 난임·불임 치료는 어느 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의학적 선택 이외에 입양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그는 이 과정에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는 강압적이고 비윤리적인 입양이나 성 소수자의 입양과 같이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비출산을 결심하고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여성도 만난다. 그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항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유, 또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이유를 밝히길 요구받는다”면서 이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책읽는수요일. 400쪽. 1만6800원.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하버드대와 하버드 의대에서 뇌과학을 연구·강의하는 저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대화’보다는 ‘과학’이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서 상대가 나에게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상대에게 나를 깊이 각인 시켜 나를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은 대화법이 아니라 ‘뇌과학의 메커니즘’에서 출발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말솜씨와 해박한 지식을 동원한다 해도 상대가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무엇에 뜨겁게 반응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기꺼이 열어 보이는지, 어떤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어떤 것에 깊이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답은 내가 아닌 ‘상대의 뇌’가 갖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집중력과 영향력, 기억력과 학습력의 12가지 메커니즘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 단숨에 사람을 사로잡는 강력한 설득력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토네이도. 400쪽. 1만7000원.

▲ 청우 김약제 일기 = 김약제 지음. 김동건·이남옥 외 옮김.

조선 중기 문신 김홍욱 후손인 청우(淸愚) 김약제(1856∼1910)가 격동의 시기인 1892년 4월 7일부터 1898년 11월 15일까지 쓴 일기를 우리말로 옮겼다.

김약제는 1886년 정시 문과에 합격해 관직에 진출했다. 하지만 1892년 우통례로 재직할 때 곡절을 겪어 남해 외딴 섬인 고금도로 유배됐다. 3개월 만에 해배된 뒤에 성균관 사성을 거쳐 친군총어영 군사마를 지냈고, 1894년 낙향해 교육자로 살았다.

그는 유배 생활을 시작할 즈음 일기를 쓰기 시작해 구한말 학자인 전우(1841∼1922)와 만날 무렵까지 일상을 기록했다.

보수적 유림인 김약제는 동학 향배, 개화파, 청일전쟁 등에 대한 생각을 남겼다. 동학을 반란으로 본 그는 개화파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895년 윤5월 26일 일기에서는 박영효와 서광범을 법이나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인 불궤인(不軌人)으로 지칭하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학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해제에서 “김약제는 지식인이자 치자(治者)로서 자기 시대에 대한 남다른 사명의식과 책무감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고민하고 번민했다”며 “그의 일기는 한말 유림이 혼돈에 빠진 자기 시대에 대해 남긴 체험의 산물이자 질실(質實)한 기록 행위”라고 적었다.

태학사. 622쪽. 3만원.

▲ 한국어촌사회학 = 김준 지음.

약 30년간 섬과 어촌을 연구한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쓴 어촌사회학 개론서.

마을어장 위기와 가치 재인식, 전통어업 실태와 가치, 국가중요어업유산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 어촌 재인식과 갯벌 인식 증진 방안, 지속가능한 섬 정책을 위한 제언, 생태와 문화자원을 활용한 섬 재생, 갯벌의 사회사, ‘슬로피시’와 바다음식 등을 다뤘다.

저자는 섬과 어촌 생활은 자연과 생태를 존중하며 뭇 생명과 공생하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바다와 갯벌이 건강하지 않다면 생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어업이 무너진 어촌에서 지내는 풍어제는 맹목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바다는 다층성을 띤다”며 어촌 공동체성 약화와 이윤추구 논리 강화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건강한 어촌사회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민속원. 422쪽. 4만2000원.

▲ 공간을 말하다 = 이상호 지음.

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역사학, 철학,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인문학, 정치학, 문화학, 사회학, 공학, 디자인학, 미래학 등 12개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본 ‘공간’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집에서 잠을 자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공원에서 휴식을 취한다. 공간을 떼놓고 우리 삶을 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떤 집을 만들 것인가,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 등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분석하는 여러 측면 가운데 정치에 초점을 맞추면 공간은 권력 투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책은 ‘정치는 지역에 기반을 두며 이념과 결합한다’는 논지를 제시하면서 묘청의 서경천도와 노무현의 행복도시 이전을 공간을 둘러싼 권력 투쟁의 사례로 분석하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공간은 전혀 달리 보인다. 저자는 같은 집의 가격이 왜 다른지, 부동산과 부동산사업은 어떤 특징을 갖는지, 부동산 투자의 성공 원칙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공학적으로는 르코르뷔지에의 혁신적 건축물들과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과 공유의 혁신이 초래할 미래의 주거 문화 등에 관해 해설한다.

저자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니 모양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다양한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그것이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묵직한 교훈이다”라고 강조한다.

북바이북. 308쪽. 1만8000원.

▲ 한국 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 주원규 지음.

목사이자 건축평론가인 저자가 한국 교회 건축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교회 건축의 바른 미래상을 종교의 역할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

먼저 경동교회, 향린교회, 안동교회 등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회 건물과 그를 둘러싸고 전개된 현대사의 음양을 들여다본다.

이어 1980년대 이후 교회 조직의 양적 비대화를 상징하는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충현교회 등과 이화여자대학교회, 아트교회, 모새골공동체교회와 같은 ‘작은 교회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이 사회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한다.

또 정동제일교회, 김천서부성결교회, 체부동성결교회 등 보존과 변화의 갈림길에 선 교회들을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진지하게 다가간다.

곰출판. 240쪽. 1만5000원.

▲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 인문브릿지연구소 지음.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의 발전으로 초래된 이른바 ‘포스트휴먼’ 시대를 맞아 우리는 예전에 없던, 또는 예전에는 순전히 가정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된 질문에 직면한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테크놀로지 관계를 연구하는 중앙대 인문브릿지연구소는 이 같은 고민을 ‘인간의 조건’, ‘기계와의 공존’, ‘미디어와 인간’이라는 3개 분야 9개 질문으로 요약하고 각각의 질문을 하나씩의 장으로 구성해 살펴본다.

각 장은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의 의미를 새기는 영화를 소개한다. 이어 질문과 연관된 철학적, 기술적 논의를 설명한 뒤 해당 주제와 연관된 가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질문인 ‘죽음도 기술로 차단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서는 기계 몸을 얻어 영원히 살겠다는 희망을 품고 우주를 여행하는 소년 이야기 ‘은하철도 999’와 ‘불멸’이라는 이유로 인간과의 결혼을 거부당하는 안드로이드 이야기 ‘바이센테니얼맨’을 생각의 실마리로 던진다.

이밖에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한 존재인가’, ‘힘든 노동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자유로운 여가를 즐기게 되는가’, ‘기술로 인간의 도덕성도 향상할 수 있는가’, ‘과학은 인간도 제작할 수 있는가’,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관계를 대신할 것인가’, ‘빅 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것인가’, ‘가장 현실, 세계는 진짜 존재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다룬다.

저자들은 오늘날 포스트휴먼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능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경계에 관해 묻고 인간은 어떤 것이 돼야 하는가를 다시 묻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갈라파고스. 324쪽. 1만6500원.

▲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리인허 지음, 김순진 옮김.

저자는 중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성소수자 운동가로 그의 주장 못지않게 인생 자체가 논쟁과 이슈의 한가운데 서는 일이 많았다.

중국의 요절한 천재작가 왕샤오보의 아내였고 1997년 그와 사별한 뒤 트랜스젠더 남성 다샤와 동거하며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등 개인사에서도 전통적인 중국의 성 관념과 제도에 정면으로 저항해 왔다.

저자는 젠더, 사랑, 퀴어, 인식이라는 4가지 주제로 구성한 이 책 1부에서 중국 1세대 페미니스트로서 다양한 서구 페미니즘, 성과학 이론들을 검토하고 중국이라는 문화적, 사회적 토양에서 그 이론들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2, 3부에서는 동성애, 트랜스젠더, 트랜스섹슈얼, 폴리아모리(다자 연애), 사도마조히즘, 세대 간 연애 등 중국에서 용인되지 않지만 실재하는 존재와 관계의 형태들을 소개하고 지지하는 목소리를 담는다.

4부에서는 ‘성 엄숙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국 문화와 그에 따른 부정적 결과들, 중국 사회의 성 인식 변화를 조명하고 제도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 책에서 제기되는 주장은 오늘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은 언제나 변화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르테. 368쪽. 1만8000원.

▲ 현대정치의 위기와 비전 = 김비환·홍철기 외 지음.

한국정치사상학회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20명이 니체 이후 주요 철학자 사상을 정리했다.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가 쓴 현대 서양 정치사상 흐름을 서두에 싣고 다른 학자들이 슈미트·그람시·하이에크·아렌트·롤스·하버마스·푸코·데리다 등을 분석한 글을 차례로 수록했다.

저자들은 서구에서 다양한 정치사상이 태동한 데 대해 다원성이라는 인간 조건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규정하고, 다양한 관점은 미몽과 독단의 저주에서 풀려나는 탈출구가 된다고 강조한다.

아카넷. 624쪽. 2만5000원.

▲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 정성진 지음.

자본주의 체제 모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통해 포스트자본주의 대안을 모색했다.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계간 ‘마르크스주의 연구’ 편집위원장인 저자는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가 실패했으나, 마르크스 경제학 외형을 확장하면 변혁 담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에도 끈질기게 존속한 이유로 1991년 소련·동유럽 체제 붕괴 이후 득세한 ‘자본주의 이외 대안 부재’ 이데올로기를 꼽고 “이 이데올로기를 분쇄하려면 형평, 민주주의, 자율, 연대, 번영, 자기실현 등 인간적 가치의 기준에서 자본주의에 비해 더 나은 사회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지니. 310쪽. 2만5000원.

▲ 미디어 거버넌스 = 윤석민 지음.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한국 미디어 현실을 진단하고, 진영 논리와 시장 논리라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사실상 해체 상태에 빠진 미디어의 규범적 가치 복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미디어를 중심으로 주변 사회집단이 힘을 모으는 협치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전문직주의를 바탕으로 미디어 현장 문제를 개선하는 ‘실천적 규범주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남. 928쪽. 4만5000원.

▲ 아빠는 일곱살 때 안 힘들었어요? = 정용준 지음. 고지연 그림.

딸 셋 아빠인 소설가 정용준이 큰딸과 함께 쓴 첫 번째 동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다 자란 것 같은 으쓱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기에 두려운 마음이기도 하는 나이 일곱 살. 생에 어떤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그 첫 지점이기도 하는 나이 일곱 살. 

일곱살 소녀인 주인공 나나는 고민도 많고 꿈도 많은 아이다. 나나의 성장통을 통해 모두가 일곱살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난다. 132쪽. 1만2000원.

▲ 형아만 따라와 = 김성희 지음.

“네가 있어 형아는 아무 걱정 없어. 우리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용감한 형이 어린 동생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호랑이, 악어, 하마도 우리 든든한 형 앞에서는 무섭지 않다.

용감하고 슬기로운 형과 동생의 위기 대처법을 정겨운 그림과 함께 배워본다.

보림. 28쪽. 9500원.

▲ 김범준 선생님이 들려주는 빅데이터와 물리학 = 김범준 글. 허지영 그림.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복잡계 연결 고리를 읽어낼 물리학적 통찰력과 관점을 어린이들에게 쉽게 알려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상 속 질문들을 풀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 궁금증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모아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답을 찾아내는 여정을 담고 있다. ‘피카츄는 뚱뚱한 걸까, 날씬한 걸까?’, ‘갈릴레오는 왜 강아지 뼈를 연구했을까?’, ‘대변초등학교는 어떻게 이름을 바꿨을까?’ 등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하나씩 풀어 가다 보면, 놀랍고 새로운 세상의 비밀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학교. 112쪽. 1만2000원.

▲ 내 친구 지구 =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글. 프란체 산나 그림. 김지은 옮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을 휩쓴 뉴베리 상 메달리스트 패트리샤 매클라클랜이 글을 쓰고 ‘202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프란체스카 산나가 만나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념한 그림책을 헌정했다.

아름답고 소중한 지구의 환경과 그 변화를 설명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보여준다. 지구가 살아 있다는 막연한 개념을 어린이 캐릭터로 친근하게 전달한다. 

미디어창비. 44쪽. 1만9000원.

▲ 1945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 김영나 지음

한국 문화가 세계 주류시장으로 뻗어 나가면서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제대로 다룬 자료를 찾기 쉽지 않다. 외국어는 물론 우리말 자료도 부족한 형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1945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이런 현실에서 한국 현대미술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개설서다. 한국 현대미술 시작을 1945년 이후로 잡아 2010년대까지 주요 흐름을 정리했다.

한국전쟁과 분단, 서양 문화 수용과 거부, 이념 갈등,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군사정권과 민주주의 개혁 등 격동의 현대사는 한국 현대미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술 작품이 시대를 반영하지만, 시간 흐름을 넘어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미적 가치도 존재한다.

이 책은 역사적 배경을 중요시하면서도 개별 작가와 작품에도 비중을 둠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사를 균형 있고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다룬 회화와 조소 외에 사진, 건축, 공예, 퍼포먼스와 설치 등 다양한 장르 변화를 알기 쉽게 정리한 점도 특징이다.

책은 일제강점기 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이념 갈등과 한국전쟁의 여파가 미술계에 미친 영향을 살피는 ‘해방 이후 한국미술’, 구태의연한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추구하는 추상미술 경향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인 ‘모더니즘 미술과 국가 주도 미술’, 단색화와 민중미술을 주로 다루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찾기’, 무대가 세계로 확대된 현재 미술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문화환경과 글로벌리즘’ 등으로 나눠 한국 현대미술 궤적을 시기별로 짚어본다.

여기에 해방 이후 북한 미술을 특수한 정치 상황과 더불어 간략히 정리한 ‘북한의 미술’을 더했다.

저자는 앞서 ‘20세기의 한국미술’ 등의 논문 모음집을 냈지만, 이번 책은 한국 현대미술을 격동의 시대상. 작가와 작품을 한 호흡으로 아우르며 총체적으로 다룬 본격적인 길잡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더한다.

책에 포함한 미술가 선정과 해석 등에 대한 일부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문가뿐만 아니라 입문자에게도 한국 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안내서다.

김 명예교수는 “해방 이후의 미술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개설적인 미술사 기술을 목표로 했다”라며 “1945년에서부터 약 70여년의 거대한 역사의 변천과 사회 변동 속에서 2010년까지의 한국 현대미술을 서술하면서 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다루면서도 미술가와 작품을 균형을 이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미진사. 432쪽. 3만원.

▲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 = 필립 후즈 지음, 김충선 옮김, 류은숙 해제

뭔가 비밀스럽고 슬픈 과거를 지녔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코치. 그가 구제 불능의 문제아들을 그러모아 만든 팀. 그들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 끝에 꿈을 이룬다는 것은 스포츠 만화나 드라마의 전형적 내러티브다. 감동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뻔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들이 단지 허구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종종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 논픽션 작가 필립 후즈가 쓴 ‘소년은 멈추지 않는다’(원제 Attucks·돌베개)도 이제는 전설이 된 감동 스토리를 재구성한 책이다. 분명한 스포츠 영웅담이지만, 당시 시대상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고 소년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무대는 ‘북부의 남부’로 불렸던 인디애나폴리스의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남부에서 이주해온 부모를 따라온 흑인 아이들이었다. 인디애나주는 북부라고는 하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백인 남성 인구의 3분의 1인 25만명이 인종차별주의 테러단체 KKK의 단원이었을 정도로 흑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곳이었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인종차별은 당연한 일로 여겨져 흑인들은 아예 참가 자체가 봉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고교 농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디애나주 고등학교 농구 토너먼트는 흑인 공동체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항의한 끝에 1941년에야 비로소 흑인 학교에도 참가 기회가 주어진 터였다.

크리스퍼스 애틱스 고등학교는 1942년부터 대회에 참가했으나 번번이 1차전에서 탈락했다. 1950년 제대로 된 공도 골대도 없이 흙바닥에서 농구에 열중하던 아이들을 모아 농구팀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는 신출내기 수학 교사 레이 크로였다. 흑인이지만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대학 시절 농구 선수로도 활약했던 그였지만 흑인인 그를 임용하겠다는 학교는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공립학교를 거쳐 흑인 고등학교였던 애틱스에 부임해 왔다.

레이 코치의 앞을 가로막은 난관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해주고 그들이 학교를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낙제하지 않도록 성적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대회 참가가 허용됐다고는 하지만 공정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애틱스 팀이 손을 모으고 외치는 구호가 “10점은 심판들의 몫, 나머지가 우리 것”일 정도였다.

그러나 크로 코치가 취임한 지 불과 1년만인 1951년 애틱스 팀은 인디애나주 고교 농구 토너먼트 4강에 올랐고 1955년과 1956년에는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참가해 미국팀의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그 후 미국프로농구의 스타이자 가장 위대한 흑인 스포츠인 가운데 하나가 된 오스카 로버트슨이 위업의 주역이었다.

애틱스의 우승은 코치와 선수들의 영광에 그치지 않았다. 인디애나주의 주도이면서도 고교 농구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던 인디애나폴리스의 시민들은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애틱스의 선전에 열광했다. 많은 이가 한마음으로 내 고장 팀을 응원하면서 높아만 보였던 인종 간 장벽이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당시 사실상 흑백으로 분리됐던 이 도시의 고등학교들은 애틱스의 연속 우승 이후 흑인 농구 선수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흑백 통합학교로 전환했다.

더 높이 올라갈 곳이 없었던 레이 코치는 1958년 은퇴했고 그와 고락을 같이했던 제자들 가운데는 오스카 로버트슨처럼 스타가 된 경우도 있었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많았다. 레이 코치와 흑인 학생들의 위대한 도전은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됐지만, 그의 가르침은 꿈을 갖고 오늘의 현실과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여운을 안긴다.

“올바름은 항상 이긴다. 두려움 없이 항상 올바른 일을 하라. 모든 사람을 존중하되 누구 앞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마라.”

돌베개. 336쪽. 1만4000원.

▲ 우리는 통일세대 = 김이경 지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만18~20세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분단 유지를 원하는 응답자는 46.7%, 남북통일을 원하는 응답자는 40.5%였다. 또 북한을 적국이라고 한 응답자는 51.3%였지만, 우방국이라고 본 응답자는 6.3%에 그쳤다.

이처럼 통일과 북한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미래세대마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뿌리 깊은 적대감이다. 시대는 급변하지만 오랜 적대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채 사회적 인식을 붙잡고 있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는 신간 ‘우리는 통일세대’를 통해 “가짜뉴스와 편파 보도에 가려진 북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북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자”고 권유한다. 2001년 금강산 민족통일대토론회 실무를 맡았던 김 이사는 이후 다양한 남북 민간교류를 추진하며 15년 동안 북녘 땅을 수시로 방문했다.

실제의 북한은 어떤 곳일까? 편견과 목적의식을 두지 않고 북을 드나든 저자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북녘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유를 누리며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들려준다. 12년 의무교육제도와 종교의 자유, 무상의료정책, 국가제공 무상주택, 기본 의식주용품의 공평 제공 등이 일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거다. 북녘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정은 시대를 맞이하면서 북의 목표는 ‘경제 강국’이 됐다. 전쟁 대비 살상 무기라고 생각한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과의 평화 공존을 위한 협상의 무기이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 강국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지하자원을 활용해 주체철, 주체비료, 린비료, 비날론 등 경쟁력 있는 제품도 생산한다.

통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는 이가 많다. 그러나 김 이사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경제 강국을 향해 발전하고 있는 북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본다면 이는 터무니없는 기우”라고 잘라 말한다. 남북통일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 성장의 잠재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아시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는 사고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북은 빨갱이 나라’라는 극단적 시각에서 벗어나 북녘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북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일 시대로 한 걸음 다가가는 초석이 된다는 얘기다.

이번 책은 북녘 사람들의 의식주, 교육, 종교, 의료, 경제 활동을 비롯해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 국제 제재 등과 같은 국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북의 역사와 그 속에서 피어난 그들만의 독창적 문화예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북에 대한 편견을 벗게 하려 한다.

책은 ‘북녘 청소년의 성장기’, ‘북녘 인민들 삶의 이모저모’, ‘북 현대사를 알아야 지금의 북이 보인다’, ‘현대사와 함께 성장한 북녘의 문화예술’ 4개 장으로 구성된다.

초록비책공방. 282쪽 1만6000원.

▲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전통적인 장소에 대비되는 ‘비장소(non-places)’라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새롭게 해석해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인류학자가 노년에 이르러 인류학적 관점으로 쓴 행복에 관한 짧은 에세이 묶음이다.

사람들이 어떤 정황과 여건에서 행복을 또렷하고 섬세하게 감지하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문학작품, 샹송과 음식, 여행과 영화 등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상 속 행복은 목록이 끝이 없다. ‘일상 속 행복’이란 일상에서 맛보는 행복, 다시 말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 소비하는 행복이다.

또 언제나 변함없이 누리는 만남의 행복이 있다. 얼굴, 풍경, 책, 영화나 노랫가락과 만나고,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만나는 행복이다.

회귀 혹은 첫 번째 경험의 행복, 추억과 변치 않는 사랑의 행복도 있다.

이 모든 행복은 시절과 의구심과 두려움에도 행복의 창조자가 되려고 열망하는 이들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출신이나 문화,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열린 행복이자, 비루한 현실에도 착상은 언제나 새롭게 남을 저항의 행복이 있다. 저자는 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들’이라고 부른다.

황소걸음. 192쪽. 1만3500원.

▲ 하루 10분 꼼수 살림법 = 김영은 지음

살림의 정석으로 통하는 유명 블로거들의 살림법을 아무리 따라 해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 책에는 딱 3번만 허리를 굽히면 되는 초간단 청소법부터 10번의 움직임을 1번으로 줄이는 동선 정리법, 압축봉과 고리 등 생활용품을 활용한 반전 수납법, 소품 하나로 정리와 스타일링을 한 번에 끝내는 셀프 인테리어 노하우 등 8년차 살림 고수가 생활 속에서 터득한 80가지 살림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가득하다.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해 따로 돈이 들지 않고, 한껏 게으름을 피워도 집안일이 반으로 줄어드는 궁극의 살림 비법이 담겨있다.

청림Life. 240쪽. 1만5000원.

▲ 파도가 지나간 후 =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은 가족 11명이 정원 8명인 보트를 타고 섬을 탈출하는 이야기다.

자연의 냉혹함과 무자비함이 일으키는 공포와 생존 위기에 직면한 인간의 본능이 보여주는 긴장감을 버무려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졸이며 읽어야 하는 심리 스릴러다.

작은 섬에서 화산이 무너지며 위기가 온다. 부모와 형제 일가족 11명이 사는 집은 언덕 높은 곳에 있어 무사하긴 했으나 바다 수위는 점점 높아만 간다.

구조대를 기다린 지 벌써 엿새. 식량마저 떨어져 가자 이들은 배를 타고 고지대를 찾아 탈출을 감행하지만, 보트 정원을 초과해 3명은 섬에 남아야 한다. 험한 바다로 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잔인한 선택의 딜레마를 통해 가족과 인간성의 의미를 되짚는다.

프랑스 신예 누아르 소설가 중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상드린 콜레트 장편소설이다.

현대문학. 412쪽. 1만5000원.

▲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세계적 성공을 거둔 판타지 ‘세라피나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미국 동부에 실존하는 ‘빌트모어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새로운 형태의 판타지다.

어둠의 세력과 맞선 잇단 전투에서 승리한 주인공 세라피나 덕분에 빌트모어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세라피나에게는 이 평온이 오래 갈 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세라피나가 걱정한 대로 충격적 반전이 기다린다. 지금까지 싸운 적이 아닌 아군이 사실은 새로운 적일지 모른다.

저자 로버트 비티는 세라피나 시리즈와 ‘숲속의 윌라’가 연거푸 성공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지학사아르볼. 400쪽. 1만4000원.

▲히포가 말씀하시길 = 이근자 지음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 소설집이다.

가부장제의 균열, 가족 이기주의, 가족 구성원의 위선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 서사를 선보인다. 작가는 가족도 혈연보다 상상과 가상으로 이뤄진 공동체라는 인식을 보인다.

표제작 ‘히포가 말씀하시길’을 비롯해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인 ‘지하철과 달팽이’, 지난해 창작 연극으로도 제작된 ‘옥시모론의 시계’ 등 6편이 실렸다.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근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소설가 이순원은 추천사에서 “작가가 정교하게 쳐놓은 이야기의 덫 속으로 빨려 들어가 등장인물마다의 핑계와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말했다.

푸른사상. 296쪽. 1만5500원.

▲ 관료로 산다는 것 = 판수즈 지음, 이화승 옮김.

명나라에서 관료로 일했던 사대부 17명의 삶을 통해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고뇌를 살펴본다.

책이 다루는 인물들은 모두 어려서부터 남다른 기상을 지녔고 뛰어난 학문적 성취로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한 인물이다.

이들은 ‘천하사무’라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군주를 보필해 천하를 제패하거나 통치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적이라 믿었던 군신 관계는 본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고 냉정한 권력의 세계에서 선비가 모략에 희생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군신 관계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역린을 건드리는 직언으로 화를 자초하다’, ‘재주에 도취하여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다’, ‘진정한 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 ‘붕당싸움, 다른 파를 제거하라’ 등 5개 장의 제목은 곧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유형 분류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 언급한 명사들은 대부분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다가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이들의 기록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깊은 회한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더봄. 292쪽. 1만7000원.

▲ 조선의 역사를 바꾼 치명적 말실수 = 이경채 지음.

조선의 대표적인 설화 사건들을 24편 이야기로 꾸몄다. 탁월한 경륜과 학식으로 조선의 토대를 닦았으나 지나치게 직선적인 성격으로 화를 자초했던 정도전의 이야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정도전은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말해 조선 건국의 주역은 자신이며 이성계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정도전이 점쟁이를 불러 이성계의 왕자 7명의 사주를 보게 했을 때 점쟁이가 “이 가운데 두 사람이 왕위에 오를 것”이라고 사주풀이를 했다. 이어 “저 둘을 용상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면 어떤 방책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점쟁이가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정도전은 “용상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죽여버리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부분 권력투쟁에서 이긴 태종 이방원 측의 입장을 반영한 기록에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정도전이 함부로 말을 내뱉고 그것이 그의 몰락과 죽음을 재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이밖에 오만불손한 언행으로 죽음을 자초한 태종의 처남 4형제, 패기 어린 시 때문에 모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죽임을 당한 남이, ‘조의제문’으로 부관참시를 당한 김종직 등 말과 글로 인해 불행을 당한 조선 시대 인물들을 다룬다.

나무옆의자. 256쪽. 1만4000원.

▲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헤르만 파르칭거 지음, 나유신 옮김

“처음에 있었던 것은 ‘말(言)’이었다. 문자 이전에 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문자 없이 말만 존재했을 때의 세계 모습이다. 이 책의 중심은 바로 ‘그’의 세계, 즉 문자 이전의 인간 세계가 된다.”

독일 고고학자 헤르만 파르칭거는 선사시대를 소환하기 위해 서문에서 말의 역사성부터 새롭게 환기한다.

통상적으로 학계는 문자 기록 유무에 따라 인류사를 ‘선사(先史)시대’와 ‘역사(歷史)시대’로 대별한다. 문자의 발명에 그만큼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에 대한 인식은 청동기 시대의 그것보다 축소된 가운데 뒷전에 한참 밀려나 있다.

하지만 파르칭거는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확고히 드러낸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생산해낸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시시대 조상들의 삶과 시간에서 역사성의 지위를 부정하고 ‘선사’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는 신간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서는 수천 년, 수만 년 전의 시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문자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말의 역사로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혀보자는 뜻이다.

원제가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인 이 책은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고고학, 고고유전학, DNA를 통한 고대 인구사 연구 등 전방위적 학문 성과를 포괄해 담아낸 선사시대 통사다. 스키타이 유적 발굴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가 평생의 공력을 이 한 권에 집약했다.

일반적으로 기원전 4000년에서 기원전 3000년 무렵에 생긴 기호 체계를 문자의 시초로 본다. 하지만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니드’는 그보다 수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직립 보행하고 무언가를 움켜잡는 데 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신호, 상징, 그림을 이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섣불리 재구성하기보다 어떤 유물들이 발견됐는지 확인하는 데 주목한다. 다시 말해 시간의 퍼즐부터 하나하나 모아나간 것이다. 그러면서 개별적 정체성, 사유재산, 사후세계에 관한 의식의 등장, 나아가 영토와 지배 같은 추상적 범주를 이야기한다.

현생 인류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불의 사용이었다. 이와 더불어 인류는 썩은 짐승 고기를 먹음으로써 육식을 하게 됐고, 동물의 몸에서 고깃살을 먹기 좋게 떼어내기 위해 석기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270만 년 전에 이뤄진 석기 제작을 인간 발달사에서 가장 큰 진보로 꼽는다. 돌멩이로 만든 이 단순한 도구가 문제 해결과 목표 지향적 사고의 증거로, 그때부터 인간의 역사는 인공 제작물을 지속적으로 최적화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만 년 전에서 30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에르가스테르는 동물 사체를 먹던 데서 수렵 생활로 도약한다. 이로써 인간은 두뇌에 지방과 단백질, 인을 풍부하게 공급하게 돼 두뇌와 근육 능력을 진일보시킨다. 이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멀리 아시아와 유럽 등지로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30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까지는 네안데르탈인이 있었다. 이들의 정신사적 기여는 저승세계의 발견과 죽음의 새로운 방식이었다. 매장 문화와 함께 장례 의식도 이들에게서 나타났다고 저자는 말한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기원전 4만 년에서 기원전 1만3000년 사이에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그만 자취를 감춘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성적으로도 더 조숙해 생식률이 훨씬 뛰어났다. 거기다 뼈로 만든 작살이 말해주듯이 어류를 포획하고 짐승을 가축화했으며, 바늘의 발명으로 옷을 지어 입음으로써 춥고 험준한 극지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시신 안치 때 부장품을 함께 묻은 첫 주인공 역시 호모 사피엔스였다.

저자는 인간이 문자의 발명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창의적 능력을 발휘해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하고, 근본적인 대변화를 받아들였으며, 공동체의 막대한 성과를 조직하고, 인구 밀집 중심지에서 수반되는 각종 사회 문제에 훌륭하게 대응했다고 들려준다.

이와 함께 농경과 가축 사육으로 인한 집단 전염병, 환경 파괴 등을 거론하며 지구촌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움도 있었다고 상기한다. 이는 한참 기승을 부리는 요즘의 코로나19 상황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한 선대의 인류처럼 현생 인류 역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글항아리. 1128쪽. 5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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