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가수·음향가 ‘무대 사라져 생존 위기‘
“코로나19 이후 지역 업체 우대 계약해달라”

이맘 때 충청권 축제 현장에 나가 있어야 할 공감이벤트기획(충북 옥천)의 무대음향장비가 사무실 창고에 덩그러니 쌓여있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산 기류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건만 인파가 대거 몰려들 축제 등 각종 행사가 무기한 연기·취소되면서 이벤트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놓여있다. 이들과 생계를 같이하는 MC·가수·음향가 역시 일자리를 잃어 저마다 부업을 찾고 있으나 소비 침체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봄을 맞아 3월부터 기지개를 켜야 했던 충청권 축제는 잇달아 연기 또는 취소 행렬이다. 서해안 충남 서천에선 3월 14일부터 29일까지 동백꽃·주꾸미축제를, 보령시에선 3월 21일부터 4월 11일까지 주꾸미·도다리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전면 취소됐다. 또 4월 예정인 부여 방울토마토유체꽃축제와 천안 위례벚꽃축제는 올해 건너뛰기로 했고, 금산에선 비단고을산꽃축제, 금산천 봄꽃축제, 남일면 홍도화축제가 모두 깡그리 사라졌다. 이밖에 매년 10만 인파가 몰려드는 500년 전통의 당진기지시줄다리기축제도 4월 9일부터 나흘간 예정됐으나 무기한 연기됐고, 5월 예정인 대전 유성온천문화축제와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이벤트업체다. 공감이벤트기획 박정운(50·충북 옥천) 대표는 “이맘때 6~8건의 축제 참여가 있었는데 줄지어 취소되면서 단 한 건의 출장도 나가지 못 한 상황이다. 일이 없다 보니 사무실에 장비를 놔둔 채 무대제작, 음향, 조명 인력도 쉬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축제뿐 아니라 전통시장 또는 길거리에 진행되는 방송 무대도 사라졌다는 데 있다. 당분간 모아둔 돈을 까먹어야 할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축제 무대가 사라지면서 가수도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동후(서울 영등포구) 씨는 “3월부터 축제 성수기라서 매년 충청권에서 많이 불러줬는데 올해는 단 1건도 연락을 받지 못 했다. 전국적인 현상이라서 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동료 가수들의 경우 7080 라이브 출연과 식당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지만 손님이 없어 자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무대를 진행하는 MC도 마찬가지다. 방송·축제전문MC 김범식(44·대전 서구) 씨는 “축제·방송 무대만 아니라 대학교MT, 공무원 교육, 결혼식, 돌잔치까지 죄다 취소돼서 오랫동안 마이크를 못 잡고 있다. 외식업계의 경우 팔아주려는 분위기라도 있지만 행사는 대거 인력이 모이는 탓에 비난이 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료돼야만 재개될 수 있다. 즉, 장사하는 사람들보다 생계 타격이 장기화될 수 있는 부류가 바로 축제 전문인력들”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이들은 정부가 아니면 지자체라도 피해 상황을 점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축제 한 곳이 취소되면 무대제작, 음향, 조명, 가수, MC, 홍보마케팅 대행사까지 다양한 직종이 대거 타격을 받게 된다. 직원들 대다수 수입이 영세한 만큼 재난기본소득도 좋고 다른 어떤 지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추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지역의 축제 업체와 인력을 우대 계약해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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